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아 Sep 07. 2020

나는 나를 덕질하기로 했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던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채로 이별했다. 시작도 교통사고 같았지만 이별은 대형 사고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엔 억울해서 왜냐고 울부짖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일어난 일인지 생각했다. 내 결론은 자기 사랑이었다. 난 자존감도 높고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자기 사랑 관련 책들은 읽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사랑이 고갈된 것인지 자기 사랑을 배워야 할 때라고 느꼈다.      


 자기 사랑이란 뭘까? 그전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좋아하면 그게 자기 사랑이지. 난 나를 사랑해.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그래 나는 사람들에게 배려를 잘해. 나는 긍정적이야. 나는 책임감이 강해. 나는 잘 웃어. 등의 내가 느끼는 내 장점을 떠올렸다. 하지만 단점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었다. 내 마음에 드는 부분만 사랑해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장점만 생각해도 나를 사랑할 수 있지만 반쪽자리 사랑이었다. 내가 실수했던 일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일들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자책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정말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나의 모습도 나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 또한 나의 일부분임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줬어야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외면했던 나의 부족했던 모습들을 돌아봤고 그 안에서 상처를 줬던 사람들과 상처를 받았던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때의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로 했다. 그 뒤로 거울을 볼 때 웃으면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을 때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재미가 들린 나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답은 덕질이었다.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소한 취향에서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다. 그리고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 한다. 예쁘고 좋은 말들로 힘을 줄 수 있는 편지를 쓰게 되고, 어울리거나 필요할 것 같은 선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지 그게 단점이라고 해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부스스하게 자다 일어난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귀엽다고 난리고,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한 모습을 보면 왕자님처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믿어주고 응원하게 된다.      


 나는 나를 덕질하기로 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좀 더 나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 졌다.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기는 많이 썼지만 편지를 쓰는 건 좀 색달랐다. 내가 나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는데 울컥했다. 일기보다 나를 더 직접적으로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는 돈 생각보다는 좋은 것을 해주려고 하면서 내 것을 살 때는 돈을 많이 고려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옷을 백화점에서 산 적이 거의 없었다. 백화점은 선물을 할 때만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돈 생각하지 않고 사고 싶었던 옷을 백화점에 가서 샀다. 인터넷 최저가 말고 정가에 샀다. 일상생활에서 화장품을 바를 때도 피부관리실에서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발라주듯이 내가 나를 관리해줬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정말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의 꾸미지 않은 모습도 사랑해주고 예쁘다고 말해줬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내 발에게도 예쁘다고 말해주고 고맙다고 말했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내가 나를 믿어주기로 한 것이다. 언제나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실수가 되고 실패가 되더라도 응원하고 믿어주기로 마음먹으니 연예인들이 팬들 덕에 든든한 것처럼 든든해졌다. 덕질은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데 그게 바로 나를 덕질하는 것이라면 행복은 두 배가 될 것이다. 가끔씩 덕질에 소원해질 때도 있겠지만 조금만 쉬었다 다시 돌아오면서 그렇게 평생 나를 덕질할 것이다. 

이전 23화 가끔은 주목받는 삶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