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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12. 2021

꽃봉오리도 충분히 아름답다

 봄이 되면 길가에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목련, 개나리, 벚꽃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까지. 예전에는 활짝 핀 꽃들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꽃이 피기 전인 꽃봉오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개한 꽃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꽃봉오리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꽃잎을 한껏 모으고 있는 꽃봉오리의 모습에서 점차 꽃잎이 열리면서 아주 작은 꽃 모양을 띄기도 한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예뻤다.  

    

 꽃마다 각자 피는 시기가 다르다. 사람도 그렇다고 한다. 각자의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니,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때를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꽃이 필 때까지는 초라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 예전에는 그랬다.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부족한 나라고 생각했다. 성과를 가진 나만이 진짜 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는 항상 나다. 꽃봉오리일 때의 나도, 만개한 모습의 나도, 그리고 꽃잎이 진 나도 모두 나다. 다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때그때의 멋짐과 사랑스러움이 있다.     


 나는 3~4살의 아이들을 좋아한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해서 서툰 말로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귀엽다. 또래보다 말을 잘하는 아이들보다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말투로 말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그러하고, 자연이 그러하듯 우리는 모두 서툴 때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내가 아이를 대하듯이 자연을 대하듯이 자신을 그렇게 대하면 좋겠다. 서툴러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20살에 짝사랑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여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고백할 수는 없었다. 우연히 그 여자 친구와 함께 놀게 됐다. 첫인상은 평범했고 예쁘지도 않았다. 한 시간 뒤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 남자애가 보는 눈이 있구나. 나도 이 여자애와 친해지고 싶다.’     

 그 여자 친구는 정말 매력적인 친구였다. 웃는 모습이 예쁘고 아주 밝았다. 대화하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 지고, 첫인상과 다르게 얼굴이 예뻐 보였다. 사람이 매력적이면 얼굴까지 더 예뻐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를 보면서 사람의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내면이 아름다우면 외모도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내면이 단단하고 자존감이 높은 친구였다. 그래서 더 밝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상대방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할 때가 있다. 친구가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 주는데 자신에게는 다그친다.     


‘으이그 또 늦잠 잤네. 또 작심삼일이네. 그럼 그렇지.’  

 조금 부족하고 서툴러도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면 어떨까? 사실 늦잠 자고 작심삼일 하는 것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부족한 것의 기준도 결국 내가 정한 것이다.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내가 나에게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나는 거울을 보면서 내가 남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내게 해준다. 사랑해. 지금 있는 그대로도 충분해. 잘하고 있어. 그러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기 전에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주는 것은 어떨까? 거울 앞의 나에게 말해주자. 사랑한다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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