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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05. 2020

본능에 충실한 것은 나쁘지 않다

 배가 고프다. 그러면 밥을 먹는다. 졸려서 눈이 감긴다. 그러면 잠을 잔다. 놀고 싶다. 그러면 미용실 놀이, 병원놀이 등을 한다. 어릴 때의 나는 이렇게 단순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머릿속이 항상 바쁘다. 내 머릿속은 밤낮없이 야근하는 직원처럼 퇴근이 없다. 사춘기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진 후부터였을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이 돼버렸다.      


 아는 동생과 밥을 먹는데 동생이 나를 불렀다.

 “언니 지금 내 얘기 안 듣고 딴생각했지?”


나는 뜨끔했다.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다른 생각이 떠올라 잠깐 딴생각을 하는데 들킨 것이다. 나조차도 내가 그러는지 인지를 못했다. 그런데 동생이 알아차리고는 내가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고 했다. 나도 몰랐는데 그렇게 누군가 얘기해주니 내가 항상 그래 왔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내 머릿속은 이렇게 바쁘다는 걸 알았고, 미안했다. 상대방의 이야기와 그 순간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이유가 흥미가 없으면 집중력이 금방 떨어졌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기에 부모님이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해보려고는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에 내 집중력은 너무 낮았다. 책을 펴고 5분만 지나도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어떤 때는 생각을 좀 안 하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하기도 했다. 명상을 하면 좋다고 하던데 명상을 해도 머릿속은 혼자 또 바빴다.     


 하지만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순간들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방송댄스를 배울 때,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읽으면서도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책을 읽을 때,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등등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 머릿속이 조용해진다.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그때가 아이였을 때처럼 단순해지는 순간이다. 어릴 때 단순할 수 있었던 것은 본능에 충실해서였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나에게 바로 해줬다. 배고프면 좋아하는 반찬이랑 밥을 먹고, 과자를 먹었다. 졸리면 마음껏 잤고, 놀고 싶으면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놀이에만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놀지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배고파서 무엇을 먹을까 하면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라면을 먹어야지 하면서도 몸에 안 좋은 것 아닌지 너무 자주 먹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졸릴 때도 더 일찍 일어나서 새벽형 인간이 돼야지 하면서 억지로 나를 깨운다. 놀고 싶어도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나, 자기 계발을 해야 하지 않나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 찜찜하게 논다. 그렇다고 안 놀 것도 아니면서.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혼자 이렇게 생각이 많다.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다. 복잡하게 살던 어른들이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느낀 것은 아닐까? 나는 내 머릿속부터 미니멀로 만들려고 한다. 단순하게 살고 내 본능에 충실하면서 살고 싶다. 어른들은 본능에 충실한 건 나쁘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내 본능을 자제하고 통제하면서 살아왔다. 그게 옳은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그냥 내 마음이 따라가는 대로 단순하게 살면 본능이란 건 통제할 대상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이 떨어지면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초콜릿, 사탕을 찾게 된다. 사실 나보다 내 본능이 나를 더 잘 알지 모른다. 본능적으로 느낌에 충실하면서 살 때 가장 솔직하고 나다운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라도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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