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글들은 대부분 1년 전에 쓴 글이다. 사는 게 힘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을 때 책과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을 정리하고 싶었다. 내가 다시 힘들어졌을 때 읽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처럼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은 누군가에게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느낀 대로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전히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중 시도조차 못한 일도 많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의욕이 넘치다가 또 어떤 날은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알고 있는 만큼만 살자'는 말처럼 지키기 어려운 것도 없다.
그래도 의욕이 생기면 무엇인가 꼼지락거린다. 코로나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조차 어렵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그림을 배워보기도 하고,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피아노를 매일 5분씩 연주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소소한 행동이지만 일상 속에 좋아하는 일들을 사이사이 배치하면 꽤 괜찮은 하루라고 느껴진다.
"서른 살이 된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냐고요? 글쎄요.. 음.. 쿠키나 먹으면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쿠키를 먹다 보면 알게 되죠. 답을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을요. 쿠키를 먹는다는 건 미래를 위한 일도 아니죠.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그냥 좋은 일이죠. 이런 비유를 들어주면 어떨까 싶군요. 예를 들어 우리가 음악이나 춤, 노래를 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 그 음악이나 춤, 노래가 어떤 교훈을 주기 때문이 아니잖아요? 그냥 좋아서, 마음이 벅차올라서 박수를 치는 거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굳이 목적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 순간의 아름다운 애절함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아마도 내일 죽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죠.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팀 페리스의 '마흔이 되기 전에' 중에서
지금의 행복을 누리면서 살자고 다짐해도 마음 한구석에서 원하는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자도 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고, 좋은 짝도 만나서 사랑도 하고 싶다. 그러면 이렇게 살아도 되나 또 고민에 빠지고 다시 책으로 도망친다.
그때 쿠키나 먹으면서 살라는 말은 큰 위로가 됐다. (과자를 좋아하는 나에게 쿠키를 먹으라는 비유는 더 완벽했다) 원하는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일이 오지 않아도 후회 안 될 만큼 지금 좋은 것들도 내 인생에 꼭 필요하다. 그게 누군가에겐 맥주 한 캔과 함께 넷플릭스를 보는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떠드는 수다일 수 있다. 나는 퇴근 후 TV를 보면서 먹는 저녁과 간식이 그렇고, 카페에서 혼자 일기를 쓰면서 먹는 바닐라크림 콜드브루가 그렇다.
각자 자신만의 쿠키를 찾아 매일 한 개씩 꺼내 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꽤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당신의 쿠키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