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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Oct 20. 2021

절대 실패하지 않는 연애

후회 없는 연애를 하는 법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애할 수 있어?"

카페에서 언니가 물었다. 하하하 웃으면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마도 '사랑받는 연애'를 말하는 거겠지. 많은 연애를 하진 않았지만 좋은 연애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애란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애. 그리고 후회가 없는 연애다. 연애를 하면서 나의 실수나 잘못에 후회를 한 적은 있지만 연애 자체를 후회한 적은 없다. 언니의 질문 이후로 나도 궁금해졌다. 나는 어떻게 그런 연애를 했을까?


바닥부터 시작한 연애 덕분인지도 모른다. 나의 첫 연애는 2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나는 가스라이팅과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첫사랑이었고, 첫 연애였기 때문에 무지했다. 집착하는 모습이 나를 사랑해서라고 착각했고, 하라는 대로 했다. 전화번호 목록에서 남자 목록을 삭제하고, 남자애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했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내 뺨을 때려. "

"싫어, 안 때려도 돼."

"아니야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얼른 때려."

싸우고 난 후에 화해를 하는 데 갑자기 자신을 때리라고 했다. 계속 싫다고 얘기했지만 그 애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나는 살살 그 애의 뺨을 때렸다.


그 애는 가스라이팅을 넘어 나를 협박하기도 했다. 크게 싸우고 나서 헤어지자고 하면 죽는다고 하면서 도로에 뛰어들기도 하고, 집에서는 식칼을 들고 와서 협박하기도 했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식칼을 들고 내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있던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무서웠고, 또 그 애를 좋아했다. 그래서 헤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그날이 왔다.


언니와 시내 서점에 갔다. 그날도 그 애와 싸우고 난 후였고, 연락은 하지 않았다. 핸드폰이 울렸고 나는 퉁명스럽게 받았다. 그 애는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서점이라고 답했다. 몇 분 뒤 내 앞에 나타난 그 애는 내 명치를 주먹으로 때리고서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언니는 다른 서적 코너에 있어서 나를 보지 못했다. 난 그의 손에 같은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끌려갔고, 그 애는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그 애는 나에게 사과하려고 꽃을 사서 오는 길에 전화를 했는데, 내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자 화가 나서 꽃을 버리고 왔다고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어도 이렇게까지 흥분할 수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충격 때문인지 다 기억은 안 나지만 계단에서 나를 질질 끌고 내려갔던 것, 내 이마에 상처가 났던 것, 그러다 정신이 돌아와서는 미안하다고 싹싹 빌던 그 애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사과하는 그 애에게 괜찮다면서 돌려보내고 다시 언니에게 갔다. 내 이마의 상처를 보고 언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낼 수 있는 모든 용기를 내서 헤어지자고 말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기 5분 전에 우리 반 앞에서 기다리는 그 애가 무서워서 한동안 아빠와 함께 하교를 해야 했다. 그는 집으로도 찾아왔고, 아빠는 우는 그 애를 잘 타일러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이자 첫 연애는 최악으로 끝이 났다.


그 친구가 나를 좋아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 가정환경의 영향과, 본인이 어렸을 때 겪었던 상처들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고작 18살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른이 된 이후에 그때를 생각하면 그 애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실패하지 않는 연애란 무엇일까? 그 연애를 통해 무언가 얻었다면 실패가 아니지 않을까? 그게 행복이든, 추억이든, 좋은 습관이든, 교훈이든 무엇이든 간에. 최악의 연애를 통해 나는 배웠다. 절대 욱하는 남자는 만나지 말자.  첫 연애 이후, 같은 연애를 반복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점점 더 나은 사람과 더 좋은 연애를 만들어갔다. 연애는 나의 좋은 모습에서부터 추한 모습까지 알게 해 줬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사랑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 않은가. 실패할 일이 없다면 두려울 것도 없으니, 우리 더 많이 연애하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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