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주제를 정할 때의 팁을 알아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하라고 한다. 밤새 떠들어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주제는 행복이었다. 어릴 때부터 인생의 목적은 하나였다. 행복하게 사는 것. 그 행복에 대한 정의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었지만 행복한 삶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지 떠올려보면 사랑을 할 때였다. 학창 시절 연애에 관심이 많았다. 드라마도 영화도 멜로를 가장 좋아했고, 예능을 볼 때도 연애 관련 프로그램을 잘 챙겨봤다. 어릴 때 연애가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만나는지 몰라서 커플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다.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됐냐고. 어린 마음에 연애가 하고 싶고, 남들은 어떻게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지가 궁금했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런데 글을 쓸 주제로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애와 관련된 책들과 유튜브 영상들이 이미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유튜버들이 상담을 해주면서 연애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신기했다. 연애와 사랑에 대해 확신에 차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연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스스로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로 30대 중반 싱글녀가 된 나를 실패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결혼과 상관없이 한 사람과의 사랑을 꿈꿨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이별했으니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랑을 할 때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실패자로 여기고 있었다니. 사람마다 인연이 있고 단지 그 인연의 기간이 다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는데 그런 기적을 이룬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통해 나는 계속 성장했다. 이 세상에 아무 일도 아닌 것은 없는 것처럼 이별했다고 사랑한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실패자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 일들이 아닌 경우들도 있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을 통해 내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이별을 반복하면 사랑에 두려움이 생기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대로 마음껏 사랑하기를 바란다. 내가 그리고 모두가.
사랑에는 실패가 없다. 성공만이 있다. 우리는 기적을 이뤄낸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멋진 사람이다. 우리 모두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사랑을 선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