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by 현아작가

내가 책의 원고를 집필했던 시절, 책이 출간되면 절대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책을 공짜로 받으면 책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내 돈 주고 산 책도 안 읽는 사람이 공짜로 받은 책은 얼마나 읽을 것이며, 설사 읽었다 해도 그 안에 담긴 글쓴이의 정성과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몇 달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집필한 내 자식같은 책이 컵라면 뚜껑을 누르는 역할이나 냄비 받침 노릇을 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절대 자신의 저서를 선물로 주지 말라고 했었다. 그리고 난 진짜로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내 책을 선물 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친분이 있는 누군가가 공들여 쓴 책을 공짜로 받았다고 홀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친구가 쓴 책이기에 더 열심히 읽기도 하고, 자신이 출간한 것처럼 기뻐하며 책꽂이에 멋들어지게 꽂아 두기도 한다. 다만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보다 소홀히 여기는 이가 훨씬 다 많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나 역시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를 정말 아끼는 지인에게 여러 작가님과 공저한 책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지인은 기뻐하며 책을 받았고 거실 책꽂이에 꽂아두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참 지나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선물했던 책이 거실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내지도 찢어져 있었다. 보기 흉하게 찢긴 모습을 보며 괜찮은 척 했지만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로 절대 책 선물을 함부로 결정하지 않겠다고.



많은 사람이 무료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료로 받은 것은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퇴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값을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귀히 여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실 나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 상품의 값을 조금 높게 책정했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금액을 산정하진 않았다. 한참 자기계발에 빠져있던 시절 2시간짜리 강의 하나에 100만원 가까이 하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또 한번은 수강생에게 몇 백만원을 받으면서 강사에게 달랑 30만원을 주어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100만원짜리 강의를 열 번 넘게 들으며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과 사람을 얻었으니 됐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알고 있다.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자기 합리화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가치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금액을 받으며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포장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허언이 되고 거짓이 된다. 그 때는 판매자가 아니라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높은 가격으로 결정하되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액수는 정하지 않았다.


대신 수량의 한계를 뒀다.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공급 양을 너무 늘리면 그 물건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원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면 제품의 가치는 올라간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특별한 재화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상품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것, 그래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사람들이 사고싶어지길 원해야 내 물건이 필요하지 않거나, 가치있게 느끼지 않는 누군가에게 가는 일이 최소화될 것 같았다. 필요없는 물건을 사는 것은 사는 사람도 손해고 판매하는 나도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판매 기준을 정하고 chatGPT와 Gemini에게 내 전략을 설명했다. 내가 하려는 일을 먼저 경험한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지만 주변 지인들 중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AI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내가 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처럼 AI도 한쪽의 말만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두 개의 AI에게 물음을 던졌다. 두 AI의 답변은 같은 듯 다른 말을 했고, 두 가지 의견을 절충할 수 있어 재미 있었다.


두 AI는 내 생각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라 좋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하나는 물건이 아닌 가치를 파는 것이니 판매 가격이 비싸더라도 잘 준비해 고객에게 가치를 주면 된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이렇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한정된 수량이라 할지라도 이 가격은 힘들어요. 이와 비슷한 유형의 제품은 이미 많아요. 따라서 나의 상품이 왜 특별한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합니다. 구매자에게 구체적인 가치 제안이 필요해요.


아주 솔직한 AI였다. 왜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뜨자마자 질문을 했을까. 오전 내내 머릿속이 아주 복잡했다. 그리고 처음 대화를 나눴던 AI도 돌려서 말했을 뿐 유사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물건이 아닌 가치를 팔고 싶었고 몇 십만원씩 하는 비싼 가격은 아니어도 조금 높은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해 결정한 결과는 AI에게 팩폭만 당하고 끝났다. 이렇게 난 그 가치가 아무리 좋아도 그에 걸맞는 합리적인 가격이 정해져야 내 제품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 본 콘텐츠에는 AI로 제작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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