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

by 박현아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목요일이었다.


처음에는 결석인 줄 알았다. 3학년 2반 담임 오세진은 출석부를 부르다 빈자리 세 개를 발견하고 교무실에 보고했다. 다음 날 일곱 명. 그다음 날 열두 명. 부모들은 아이가 밤사이 사라졌다고 했다. 비명도 없었고 흔적도 없었다. 이불이 접혀 있었다는 부모도 있었다. 마치 자기 손으로 이불을 개고 조용히 나간 것처럼.


세진은 자기 반의 마지막 아이, 윤서하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하는 열 살이었다. 조용한 아이였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창가에 앉아 하늘을 봤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딱지치기를 하고 급식에 불만을 말하고 시험지에 낙서를 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한 달 전. 하늘에 그것이 나타난 날.


아무도 그것을 정확히 묘사할 수 없었다. 구름보다 높고 달보다 가까운 곳에,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무언가가 떠 있었다. 색이 없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시야의 한구석에 항상 걸려 있는, 존재의 윤곽 같은 것. 과학자들은 설명을 시도했고 실패했다. 정부는 성명을 발표했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만 그것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어른들은 시선을 고정하려 하면 두통이 왔다. 카메라에도 찍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열두 살 이하의 아이들은—그것을 보고 웃었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문이요." "바다." "엄마 목소리 같은 거." 서하는 이렇게 말했다.


"부르고 있어요."


세진은 방과 후 서하를 불러 앉혔다. 교실에 둘뿐이었다. 창밖으로 운동장이 보였다. 텅 비어 있었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면 축구를 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서하야. 다른 애들은 어디로 간 거야?"


서하가 세진을 봤다. 아이의 눈이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호기심과 장난기가 섞인 보통의 눈이었다. 지금은 깊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깊이.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눈.


"선생님은 못 가요. 알죠?"


세진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뭘 알아?"


"어른은 못 가요. 굳어져 있으니까. 여기에." 서하가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생각이 모양이 되어버려서 다른 모양이 안 돼요. 우리는 아직 물이에요. 물은 어디든 흘러갈 수 있어요."


세진은 무릎 위에서 손을 꽉 쥐었다.


"선생님." 서하가 말했다. "수학 시간에 차원 얘기 했잖아요.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고, 면이 입체가 되는 거. 그 다음이 뭐냐고 물었을 때, 선생님이 '상상에 맡기겠다'고 했잖아요."


"기억해."


"그 다음이 온 거예요."


세진은 창밖을 봤다. 하늘에 그것이 있었다. 보려고 하면 흐려지고, 보지 않으려 하면 선명해지는 것.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서하야. 무서워?"


서하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요. 근데 수영장에서 처음 물에 들어갈 때 무서운 것 같은 거예요. 들어가면 괜찮아요."


"돌아올 수 있어?"


서하가 웃었다. 열 살짜리 아이의 웃음이었다. 그 안에 세진이 읽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나비가 애벌레로 돌아갈 수 있어요?"


세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세진은 교실에 남았다. 서하의 자리 옆에 앉았다. 책상 위에 서하의 낙서가 남아 있었다. 2주 전까지는 로봇과 공룡이었다. 그 뒤로는 패턴이 바뀌었다. 원이 겹치고, 선이 꼬이고, 3차원에서는 불가능한 도형들이 연필 자국으로 빼곡했다.


세진은 그 낙서를 오래 봤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아팠다.


자정 무렵, 교실 문이 열렸다. 서하가 서 있었다. 잠옷 차림. 맨발.


"왜 여기 왔어?"


"인사하러요." 서하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기 자리에 앉았다. 세진이 옆에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앉아 있는 밤의 교실.


"언제 가는 거야?"


"지금이요."


세진의 눈이 뜨거워졌다.


"선생님." 서하가 말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 중에 제일 좋았던 거 알아요?"


"뭔데."


"모른다고 말해도 된다는 거요."


세진은 웃었다. 울면서.


서하가 일어섰다.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창밖의 하늘에 그것이 있었다. 이번에는 세진에게도 보였다. 아주 잠깐, 두통이 오기 전의 찰나. 거대하고 투명하고 따뜻한 것. 문이라고 부를 수도, 바다라고 부를 수도, 엄마의 목소리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


서하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슬퍼하지 마세요. 잊어버리는 게 아니에요. 기억을 더 큰 곳에 옮기는 거예요."


서하의 윤곽이 흐려졌다. 사라진 게 아니었다. 번진 것이었다. 물이 종이 위에 퍼지는 것처럼, 서하라는 존재가 교실보다 큰 무언가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교실에 세진만 남았다.


책상 서른 개. 빈 의자 서른 개. 칠판에 어제 쓴 수학 문제가 남아 있었다. 다음 차원은 무엇일까?


세진은 서하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의 낙서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연필 자국의 홈이 느껴졌다. 읽을 수 없는 도형들. 이해할 수 없는 언어.


하지만 거기에 서하가 있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세진은 출석부를 꺼냈다. 서하의 이름 옆에 뭔가를 적으려다 멈췄다. '결석'은 아니었다. '졸업'도 아니었다.


오래 생각하다가, 적었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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