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주일에 딱 한 번
진상에서 온 여자, 화상에서 온 남자
by 오 캡틴 마이 캡틴 Nov 21. 2025
진상에서 온 진상 같은 여자, 화상에서 온 화상 같은 남자의 리얼한 픽션‧논픽션 세상살이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 두 개의 관점!
그 남자
어김없이 돌아온 주말.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몇 가지 있다.
그건 바로 청소. 직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지 의무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장에서의 청소는 남들과 같이 하다 보니 비교적 꼼꼼하게 하는데 이상하게도
집안 청소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휴”
“으억”
정말 청소를 한 번 하면은 손걸레부터 청소기, 물걸레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족나들이 주말 일정은 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늘은 처가 모임이 있었다.
딸에게 용돈을 빌미로 아빠를 도와달라고 하지만 스스로 궁할 때를 제외하고는
바쁘다며 딱 거절해 버린다.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했지만 막 설거지를 끝내고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그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도 손걸레 청소를 하다가 소파에 주저앉아 멍하니 TV를 시청했다.
그런 모습을 본 그녀는 참다못해 한 마디를 던졌다.
“으이구, 이 화상. 오늘 모임 있으니까 빨리해야지. 그러길래 어제저녁에 하라고 했잖아.”
“나도 힘들어서 잠시 쉬는 거야.”
나는 힘든 척 작은 목소리로 말할 뿐 전혀 화를 내거나 대항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랑 바꿔서 하던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화를 내며 청소기를 집어 들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화가 난 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작전은 성공이었다. 청소기의 뒤를 따라서 물걸레질을 하며 재빠르게 청소를 마쳤다.
“있잖아, 진짜 미안한데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 내가 다음번에는 진짜 열심히 할게.”
그 여자
매일같이 직장과 집안일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가뭄 끝에 단비처럼 찾아오는 주말이 너무나 꿀 맛 같다.
그래서 주말에는 밖에서 외식도 하고, 되도록 쉬려고 마음을 먹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족 모임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사 먹고,
차도 한 잔 하고 즐기고 싶었는데 그가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오늘처럼 모임이 있는 날은 미리 해두면 얼마나 좋을까?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손걸레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아침 식사 후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끝낸 직후였기 때문에 TV를 보며 쉬고 싶었다.
그가 청소를 끝낼 때까지만.
그는 한숨 섞인 괴성과 물건을 옮기는 소리를 크게 내며 자신이 청소를 하고 있음을
온 집안에 알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집안일을 도우며 용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딸에게 용돈을 미끼로 청소를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용돈을 받은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그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찌릿찌릿 여자의 촉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왠지 나에게 저 불똥이 튈 것 같다는 슬픈 예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파에 털썩 앉아 내가 보던 TV를 그도 멍하니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참다못해 결국 ‘빽’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는 풀이 죽어서 평상시 하고는 전혀 다르게 잔소리를 하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평상시에 잔소리를 많이 하던 그가 생각과 다르게 나오니 ‘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 순간적으로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짜증은 났지만 빨리 가족 모임에 참여해야 했기에 한 사발 푸념을 참고, 청소기를 집어 들어 청소를 돕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빠른 몸놀림으로 나를 따르는 그에게서 왠지 함박웃음을 참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진짜 내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청소를 담당할 테니까 매일 음식 하고, 설거지하는 내 일이랑 바꿔서 하자! 어때 남(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