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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창 Jun 26. 2020

왜 아동 내복은 항상 면일까?

아동복 회사들이 면을 홍보하는 충격적 비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은 모두 알다 싶이, 아이의 옷은 면 10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옷을 사러 백화점을 방문하면, 신기하리만큼 모든 점원들이 '순면'이나 '오가닉면'임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린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에게도, 아동복으로는 면섬유가 최고로 좋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왜냐고 물어보면 아이 피부에 좋다는 말 뿐,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주신 분은 없었다.


아동복으로 면섬유가 가장 좋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면 섬유가 부드럽고 천연섬유이며, 땀 흡수력이 좋아 아이의 피부에 가장 적합한 섬유라고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윤현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영유아의 20%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게 면 섬유가 아이의 피부에 좋다면, 왜 1/5명의 아이들은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을 받는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 섬유는 땀을 흡수하는 능력은 뛰어나나, 배출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아이가 땀이 나면, 땀을 빠르게 흡수하지만 젖은 면옷이 아이의 피부와 지속적으로 닿게 되고, 습진이나 아토피를 유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유아/아동복은 대부분 면일까?




출처: 사색의향기


문익점의 목화가 중국에서 들어온 14세기 이전에 고려시대 대다수의 고려인들은 모시나 삼베로 되는 옷을 입었고, 당시 귀족들은 누에에서 나온 실크나 비단, 명주를 주로 입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이런 면을 활용한 무명이라는 원단을 많이 입기는 하였으나, 대부분 겨울에만 입었고, 여름에는 아동복으로 모시나 삼베를 많이 입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면이 상용화된 이후에도 아동복으로 서민들은 여름에는 모시,삼베, 겨울에는 면을 입었다. 귀족들은 실크나 동물섬유(현재로 치면 울), 혹은 계절에 따라 고급 식물섬유(린넨)을 주로 입었다. 그런데 왜 500년이나 지금 지난 한국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100% 면일까? 이유는 간단한 시장경제에 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아촌의 이야기


아동복은 아동이 입는 옷이다. 그러나 아동복의 주 소비자는 아동이 아닌 아동의 부모다. 현재 한국의 아동복 시장은 부모를 초점으로 한 아동복을 제작하고 있다. 화려하지만 프릴이 많이 달린 아동복이나, 프린팅이 이쁘게 들어간 의류들 (화학물질인 염료로 옷에 프린팅을 하는데, 이게 피부에 좋을리 없다), 혹은 무거운 재질 등, 실제로 의류를 착용하는 아이들이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요소들이 있어도 부모가 심미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구매하면 아이는 입는다. 


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아동복으로서 선호된다. 예를들면, 아동의 경우 옷에 식사 부스러기를 포함한 많은 이물질들을 흘리게 된다. 천연섬유 중 고온에서 장기간 견딜 수 있는 (삶을 수 있는) 소재는 면이 유일하다. 린넨, 실크 모두 강도는 높지만 고온에서 삶으면 변형이 쉽게 일어난다. 


공급자(아동복 회사) 입장에서도 면은 매우 매력적인 소재이다. 일단 야드당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필자가 직접 동대문에 가서 찍은 사진

수축이 적고 형태 안전성이 면보다 뛰어난 모달과 면의 혼방 원단은 1마에 3,000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하다. 면 100%는 싼 경우 1,000원 이하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부모가 세탁도 하기 편하다면 얼마나 금상천화일까? 


'면'이 천연섬유에서 피부에 자극이 적다면, '울' '실크' '린넨' 등 천연섬유는 많으며, 땀 흡수가 잘 되기에 면이 좋다면, 면은 땀 배출이 최악으로 안되는 섬유 중 하나이다. 아동복 섬유로 면을 자주 쓰는 이유를 자세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렌징사가 처음으로 텐셀이라는 섬유를 개발했다 (사실은 lyocell의 한 종류라 생각하면 된다). 텐셀은 유칼리툽스 나무 추출물로 만든 소재로, 매우 부드럽지만 면처럼 흡수성이 뛰어난 소재이다. 원료는 자연에서 추출했으나 처리방식이 인공적인 텐셀은 천연섬유, 합성섬유의 애매한 중간에 위치해 있다. 레이온이나 모달 역시 자연에서 원료를 추출했으나 인공적인 처리방식을 갖는데, 레온과 모달을 천연섬유라 마케팅하며 강조하는 곳은 없다. 


텐셀은 분명 뛰어난 소재이다. 아동복에도 최소 면만큼 적합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텐셀을 천연섬유라고 강조하기에는 레이온이나 모달도 천연섬유로 인정을 해줘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셀이 신형 아동복으로써 각광받는 이유는 텐셀이 면과 유사하게 세탁이 편하고 '프리미엄'을 앞세워 비싸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아동 내복의 경우 평균 2~3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나, 신형 텐셀 아동내의의 경우 5~7만원에 육박한다.




울 100%로 만든 아동 내의


미국에서 흔하게 팔리고 있는 울 100%로 만든 프리미엄 아동 내의이다. 그리고 프리미엄 아동복은 면이나 텐셀 위주가 아니라, 천연섬유인 실크나 울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면처럼 고온에서 삶는 세탁방법은 어렵다. 울세탁을 하거나, 저온에서 손빨래를 권장한다. 확실히 부모에게 불편한 옷이다.


국내 아동복 회사들이 기술이 없어 이런 내의를 못만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세계 5대 섬유시장인 동대문도 위치해 있고, 의류 제조업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프리미엄 옷들이 없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 


국내에서 아동복은 아동이 입는 옷이지만, 대다수의 아동복 회사는 부모를 위한 옷을 만든다. 부모를 위한 아동복이 아닌, 아동을 위한 프리미엄 아동복을 제작하는 기업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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