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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창 May 11. 2020

'한국'과 '미국'의 의류(衣類) 문화 下

유치원 때부터 해외에 살던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

이전의 글에서 한국사람들의 옷 소비패턴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짧게 나누어 봤다. 국내에서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로고'에 큰 지출을 하는 편이며, 하이엔드 브랜드일수록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컷까지 더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해외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20대의 명품 소비가 도드라지게 증가한다는 점은 특이한 것 같다. 그렇다면 필자가 오랜 기간 거주하며 살아왔다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 역시 많은 20대들이 명품에 열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힙합 래퍼나 유명 스타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명품을 접하게 되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처럼 여성이라면 '명품 가방 하나쯤' 남성이라면 '명품 지갑 하나쯤'의 명품 사랑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러한 명품 소비에 회의감을 느끼며 옷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옷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출처: 블룸버그

미국은 현재 '메리노 울 붐'에 직면해있다. 상단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엄청나게 늘어난 수요 탓에 울 원단 값이 50% 이상 폭등했다. 미국인들의 메리노 울에 대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메리노 울로 만든 ALLBIRDS사의 'Wool Runner'가 있다. 대게 겨울철에 많이 사용하는 울이어서, 신발 소재로 만들면 흡기 성이랑 통기성이 안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원단을 어떤 짜임방식으로 짜는지, 얼마나 촘촘하게 만드는지, 무게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같은 원단 이어도 차이가 나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비단 울 뿐 아니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면도 특별한 면을 사용한 원단이 출시되고 있다. 일반 면이 아닌 미국에서 재배되는 특별한 품종의 목화로부터 추출하는 수피마 코튼이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면의 1% 미만의 귀한 면으로 통기성, 신축성, 그리고 색 보존성이 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캐시미어도 대표적인 예 중 하나이다. 일반 울이 아닌, 캐시미어 염소에서 나오는 캐시미어 털은 일반적으로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된다. 일반 울보다 희소성도 높고 일반 울보다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원단 이어도 조금 더 특별한 원단을 사용하는 형태의 의류복 시장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출처: 1010 DATA

종전에 이야기했던 ALLBIRDS 사의 경우, 실리콘벨리에서 가장 핫한 패션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매해도 아니고, 매달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ALLBIRDS사의 신발 가격대의 경우, 우리가 흔히 구매하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의 프리미엄 라인과 비슷한 가격대이며, 오히려 이들보다 조금 더 비싼 느낌이다. 2014년에 설립된, 어떻게 보면 그렇게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ALLBIRDS사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친환경적으로 제작한다는 점, 좋은 재질을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편하다는 점.'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이런 비슷한 브랜드들이 미국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요점은 '브랜드'가 아닌, 제품이 가져야 하는 '본질'인 것이다. 신발이기에 좋은 쿠션을 사용해야 하고, 신발이기에 냄새가 나지 않게 통기성이 좋은 천을 사용해야 하고, 신발이기에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ALLBIRDS사는 그런 신발의 '본질'에 집중하였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OUTLIER이다. OUTLIER은 매우 간단하고 획기적인 회사이다. 이들의 모토는 간단하다. 'A Material Difference' 이라는 신념 하나로 이들은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게 없어 보이는 반팔티를 20~30만 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필자가 갖고 있는 OUTLIER사의 옷

현실감을 위해 꾸깃꾸깃 보관하고 있던 OUTLIER사의 옷을 한 벌 꺼내보았다. 이렇게 사진상으로 보이듯, 해당 옷을 보고 절대로 2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반팔티라 생각하기 어렵다. 이 정도 가격대의 많은 옷들처럼 특별한 로고 플레이를 하고 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옷은 '입어보면 다르다.' 필자는 비싼 브랜드의 의류를 구매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 의류는 의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단의 옷은 일반적인 면티나 면 폴리 혼방과는 다르게, 울 100%로 만들어진 옷이다. 실제로 입어보면 아무리 옷을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충분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국의 의류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한국처럼 명품의 로고를 쫒는 그런 시대보다는, 효율성과 옷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몰락하고 그 대체재인 '룰루레몬'의 언더웨어가 뜨고 있듯, 국내의 명품 시장역시 미국의 의류시장처럼 변화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은 절대로 소비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아니다. 상단에 보이는 20-30만 원의 면티를 입는 사람들이 LVMH나 에르메스를 구매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OUTLIER을 구매한 것은 아니다. 단지 옷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소비자 중 하나이며, 옷의 원단이나 재료에 대해 더욱더 발전이 있는 국내 의류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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