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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청 Jun 25. 2021

[쓰담쓰談07]완생(完生)을 위한 일상의 가치들

삶의 가치와 기준을 소유에 두느냐 존재에 두느냐

자신의 소유와 존재의 가치(價値)를 모르고 살다가 생을 마감한 세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소유한 것의 가치를 몰랐던 산골 노파의 이야기입니다.

등산을 좋아하던 한 기업의 회장이 험한 산을 오르다 길을 잃었답니다. 해는 저물고 게다가 눈보라까지 몰아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순간 멀리서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당도한 곳은 작은 오두막집이었습니다. 그는 문 앞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한참 후 눈을 떴을 때 노파 한 명이 자신을 간호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업가는 가난했지만 따뜻한 할머니의 극진한 간호를 받았습니다. 얼마 후 눈보라는 그치고 기업가는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는 생명의 은인인 할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산골 노파의 집은 추운 겨울을 나기에는 허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는 할머니가 따뜻하고 안락한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겨울바람을 막을 수 있을 거라며 거액의 수표 몇 장을 봉투에 넣어 노파의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기업가는 다시 그 산을 찾았습니다. 할머니가 과연 얼마나 좋은 집을 마련해 따듯하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집 앞에 도착한 기업가는 슬픔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노파는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동사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새집을 마련하라고 준 수표가 구멍 난 창문에 바람막이로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수표를 알지 못하면 문풍지 종잇조각이 되는구나. 가장 귀한 것도 깨닫지 못하면 휴짓조각이 되는구나!” 수표의 가치를 알지 못한 노파에게는 거액의 수표도 창틀의 바람을 막는 문풍지일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몰랐던 독수리 이야기입니다.

미국 인디언의 전설에 닭으로 살다 죽은 독수리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인디언이 길을 가다가 독수리 알 하나를 발견하고 집에 가져와 닭 둥지에 그 알을 넣어 주었습니다. 얼마 후 닭 둥지에서 독수리가 껍질을 벗고 나왔습니다. 독수리는 여느 닭들처럼 마당 이곳저곳을 다니며 땅을 헤치고 먹이를 찾아다녔습니다. 창공을 훨훨 날 수 있는 날갯짓을 할 수 있음에도 다른 닭들을 따라 겨우 몇 미터 정도만 날아올랐다 내려앉았습니다. 둥지가 놓인 마당이 독수리의 유일한 세상이었습니다. 독수리는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나는 새를 보았습니다. 그는 옆에 있던 닭에게 놀라움에 찬 목소리로 “저게 무슨 새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닭들이 말했습니다. “저건 독수리야. 너는 꿈도 꾸지 마. 우린 아무리 저렇게 날고 싶어도 날 수 없으니까." 그 후로 이 독수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닭인 줄 알고 살았답니다.


직장인 대상으로 한국의 중산층의 기준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답니다. 조사결과 한국의 중산층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을 소유하고 월급 여 500만 원 이상과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액 1억 원 이상,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답니다. 프랑스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은 'Qualite de vie'에서 프랑스 중산층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공분' 에 의연히 참여하는 것은 물론 약자를 도우며 꾸준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중산층에 관한 이 자료가 얼마나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중산층 기준이 사실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합니다.


삶의 가치와 기준을 소유에 두느냐 존재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닭장 같은 세상에서 그 세계가 전부인 양 살아가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독수리임에도 창공을 날 시도도 하지 못하고 마당과 둥지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뱀과 토끼를 사냥할 수 있음에도 마당에서 흙이나 헤치고 살아갑니다.


좀 더 차원이 다른 삶의 지향점이 인생을 미생(未生)으로 완생(完生)으로 살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노파에게 전달된 고액의 수표처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햇볕과 공기를 느끼며 나아갈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 시원한 물을 마시며 숨을 쉴 수 있고 사물을 보며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더없이 큰 은혜이고 축복입니다. 때로는 잔소리꾼 남편과 속 썩이는 사춘기 자녀들이지만 가족이 있다는 것은 고액의 수표보다 더 풍요로운 가치입니다. 자신의 삶과 처지를 비관하고 모든 상황에 대해 툴툴거리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는 사람들, 감사의 조건들이 많음에도 현실을 비관하며 자신의 삶과 영혼을 아사시키는 것은 마치 수표의 가치를 모르고 동사한 노파나 닭으로 평생을 살아간 절설 속의 독수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짧고 강한 이야기입니다.

사향노루는 자신의 배꼽 주변에 있는 사향 주머니에서 향기가 나는 것도 모르고 그 냄새의 행방을 찾아온 숲을 평생 헤매고 다닌답니다.



김현청 : 콘텐츠기획자, 스토리마케터, 브랜드저널리스트, 언론인, 국제구호개발가, 로푸드연구가, 오지여행가, 서울리더스클럽회장, 블루에이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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