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싫은 이유
어머니는 이혼 후 혼자 사시기 때문에, 매해 큰집에서의 명절 차례가 끝나면 수지의 어머니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제발 좀 뭘 많이 차리지 마시라, 그냥 나가서 사먹자, 저희가 만들어 가겠다 등등 말하다 지쳐 매번 내 목소리에 날이 서도, 어머니는 "너 해주고 싶어서" "이거랑 저거랑 다연이가 좋아하잖니" "차리는 거 하나도 안힘들다" 동문서답이다.
올해는 이미 주문해놓으셨다는 갈비살과 보리굴비만 굽고 그것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미리 짐짓 정색을 하고 무서운 목소리로 약조를 받아두었는데도, 결국 또 상차림이 지나치게 푸짐하다. 다 남지 않겠냐 하니 정말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신다.
이건 너 좋아하게 어찌어찌하게 만들었고, 이건 맛있으라고 무엇무엇을 넣었고, 이건 너희 주려고 어디어디서 얻어왔고.... 그러시다 "후추도 먹던 거 두고 새 후추 열어서 넣었다" 하시는 대목에서 짜증내며 듣던 내가 울컥해버렸다.
나는 명절이 싫다. 명절이라는 것 속에는 감당하기 힘든 게 너무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