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이 잘 되거나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잘 될 때가 있다. 상대 반응이 좋고 나 스스로도 준비한 게 마음에 들거나 유난히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런 자리를 마치고 나오면, 특히나 햇살 쨍쨍한 거리를 혼자 걸어 돌아오거나 하면 내가 꽤 유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가 나를 굉장히 인상깊게 오래 기억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중에 다른 일이 있을 때 나를 지명해 원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게 착각이다.
그 정도 준비와 발표는 흔히 있고, 내가 가진 정도의 능력은 크게 대단한 게 아니다. 상대는 그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 딱히 나를 따로 기억하거나 좀 잘했다고 시간이 흘러 나를 다시 찾지 않는다. 나도, 내가 만들어내는 어떤 것도 무수한 얼터너티브 그 이상이나 이하가 아니다.
그걸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