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은 어디에서 올까
주말 밤엔 자전거 청소를 한다. 어젯밤에도 열심히 자전거를 닦았다. 이젠 요령이 생겨 시간도 적게 걸리고 약제도 적게 쓴다.
자전거 청소의 핵심은 체인 청소다. 체인에 들러붙어있는 찌든때를 닦아내는 거다. 저 찌든때라는 게 주로 기름인데, 그 기름은 체인이 원활이 잘 돌아가고 부품들 마모되지 말라고 발라놓은 거다.
여기에도 세상의 법칙은 통한다. 체인을 더럽히는 건 체인을 보호하기위해 발라놓은 그 기름이다. 외부에서 온 건 그저 그 속에 섞였을 뿐.
자전거 청소의 마지막은 오염된 기름을 닦아내고 기껏 닦아낸 그 위에 다시 새 기름을 바르는 일이다. 물론 그 기름은 세상과 만나는 순간 더러워져 체인을 시커멓게 더럽히는 때가 될 테지만, 그걸 알고도 우리는 체인에 기름을 바른다. 지키기 위한 수단이 본체를 훼손하는 아이러니.
그게 무서워 자전거를 타지 않을 순 없다. 그게 무서워 세상과 닿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애초, 무서운 건, 밖에서 온 게 아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