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 시계를 샀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병이 난다. 처음엔 너무 가지고 싶어서 짐짓 그런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가지고 싶은 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더 지나면 정말 마음의 열이 몸에 옮아 펄펄 끓기도 하고, 그 욕망의 절실한 정도에 스스로 놀라 기막혀 하기도, 한심해 하기도, 겁내 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가지고 싶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사실, 내 경우엔 설명하기 쉬운데, 글로 짧게 설명하기란 조심스럽다. 여러 의미에서 그렇다. 어제밤엔 잠자리에 누워 새해엔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몇몇 이름들을 떠올리고, 까다롭고 조심스럽게 가늠하고, 누군가를 포기하고, 누군가를 남겼다. 새벽4시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 다음은 예외없이 같다. 같을 것이다. 절실히 원하고, 노력하고, 손에 닿을 때까지 쉬지 않고 바라기-
어떤 것은, 어떤 사람은 가질 수 있었고, 어떤 것, 어떤 사람은 가지지 못했다. 나는 똑같았다. 상대가 달라 결과가 달랐을 뿐.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단순한 종류의 사람이다. 숨기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시계라는 물건을 특별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그 욕망의 처음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일 가지고 싶은 시계는 정해져 있었다. 이루기 쉽지 않은 욕망이었지만, 결국 가질 수 있었다. 겨우 좋아하는 시계 하나를 가지게 되는 그 과정도, 그 길도 결코 단순하지 않았으니, 하물며 좋아하는 사람을 가지게 되는 일이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시계를 풀고, CD를 트레이에서 꺼내고, 사진기와 필름들을 다 누군가 펄펄 끓어오르는 이에게 넘기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무언가로 어느곳도 아닌 어딘가에 혼자 남을 것이다. 그것이, 그 날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두려워서, 나는 있는 힘껏 무언가를 바란다. 누군가를 바란다. 손을 내민다.
10년 전, 너무나 갖고 싶던 시계를 마침내 산 어느 날 쓴 글이다.
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처럼 보이는 기술을 익혔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