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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Apr 22. 2022

기름만 넣는 시대는 지났다

내연기관의 종말에 대처하는 주유소의 변화

요즘 길거리를 보면 전기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어느 순간 전기차가 휘발유 차를 넘어서는 시간이 올 것이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전국에 1만 개가 넘는 주유소가 있다고 하는데, 더 이상 기름을 넣는 차들이 없어지면 그 많은 주유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생각을 전환하면 주유소가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수도 있다. 주유소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1. 위기는 기회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기름을 넣는 주유소는 어떻게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유소의 혁신적인 변화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11,402개(한국석유공사, 2020년 기준)의 주유소가 있다. 국내 주유소는 2010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내연기관차들이 점점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어, 기름을 넣는 주유소의 역할이 불필요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40년까지 8,000개 이상의 주유소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주유소 폐업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유소 폐업은 시설물 제거 비용과 토양 오염 정화 비용 등으로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5억 원까지 들어 폐업도 어렵다. 


전기차 보급은 전 세계에서 9배 늘 때 한국은 24배가 뛰어 급가속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4월 보고서에서 2020년 4%였던 순수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2025년 최대 17%, 2030년 최대 34%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필자의 집만 해도 2019년에 휘발유 차를 전기차로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는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갈 일이 없어졌다. 충전은 주로 아파트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에서 하고 있다. 3년 전 전기차로 바꿀 때만 해도 길거리에서 전기차를 보기가 어려웠으나 요즘은 길거리나 주차장 도처에서 전기차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2. 멀티스테이션으로 주유소의 변신은 무죄

©현대자동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E-pit'


필자의 경우에는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는 대신에 운동화를 세탁하러 가게 되었다. 동네에 가끔씩 가는 주유소가 있다. 주유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니고, 세차나 커피를 마시러 다닌다. 원래는 주유소에 세차장, 커피숍 등을 겸한 공간이었는데, 어느 날 커피숍 건물 1층에 빨래방이 생겼다. 신기해서 어떻게 주유소 커피숍에 빨래방을 같이 운영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인터뷰하였다. 주인이 하는 이야기가 세차를 하러 오는 손님은 기본적으로 차를 깨끗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분들인데, 세탁도 깨끗하게 하는 일이니까 성격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차에 이불 같은 큰 빨랫감을 싣고 와서 세탁 건조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마시고 간다고 했다. 


주유소는 주유뿐만 아니라 멀티스테이션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해 보인다. 주유소는 기본적으로 차라는 교통수단을 가지고 온다. 차 트렁크에 짐을 싣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택배를 부치거나, 간단한 장을 봐서 가져가기에도 용이하다. 또 교통 요지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차량 진출입 및 주차하기에도 좋다. 이런 공간 입지 특성을 살리면 다양한 멀티스테이션 모델이 나올 수 있다. S사의 경우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G사는 드론 배송 거점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H사는 C유통업체와 협업해 로켓 배송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S사는 공유 자전거 대여 및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유소가 더 이상 가스 스테이션이 아닌 멀티스테이션으로 변신하면 미래에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주유소를 모빌리티 스테이션으로 활용하여 휘발유 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위한 대여, 충전, 정비, 세차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래에는 자동차가 아닌 현대차가 만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3.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현대자동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E-pit'


일반적으로 휘발유 차의 경우 기름을 넣는데 몇 분 안 걸리지 않아 주유소에 오래 머물지 않고 금방 나가게 된다. 전기차의 경우에는 급속 충전으로 하더라도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머물게 된다. 휘발유 차에 비해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고객 회전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역발상적으로 생각하면 3분 만에 나가는 손님과 30분을 머무는 손님의 경우 팔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9년간(2011~2019년) 국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2.5% 수준이었다.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 4% 대비 절반 수준이다. 


주유소 대부분이 기름만 팔아서는 최소한의 이익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기름만 팔지 말고 무엇을 같이 팔아야 할까? 전기차의 경우 휘발유 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길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오래 머무르게 된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넘게 충전하느라고 기다려야 한다면, 그동안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고, 빨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공간 회전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크게 높일 수 있다.

 



시장이 변하고 사업이 막힐 때는 업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일례로 K사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 최대의 유선전화 회사였다. 그런데 시장이 무선통신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유선전화만 고집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회사가 망했을 것이다. 업의 본질이 유선이냐 무선이냐가 아니라 정보통신사업이라고 정의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달라지고 많아진다. 주유소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곳이라고 업을 정의하면 더 이상 기름을 넣지 않는 전기차 시대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이다. 업의 본질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 하면 주유소는 돈 못 버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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