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 전 필수 체크포인트
최근 뉴스를 접하다 보면 금리 인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습니다. 근 3년간 유지되었던 저금리 기조 속 계속되는 매수세로 인해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패닉바잉' 현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기존과 정반대입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입한다는 ‘영끌족’, 역대 최고의 주택 거래량 등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던 저금리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죠.
최근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려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4%대로 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1,8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환율 상승의 네 가지를 대표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죠.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웃돈 것은 2011년 12월(4.24%) 이후 10년 3개월 만입니다.
또한 물가의 상승 속도도 빠르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3%대를 넘어선 이후, 반년 만에 4%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최근 벌어진 국제 전쟁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미국 주택담보대출 30년 고정금리는 4.72%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지난 8월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1.5%까지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은행권 주담대(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3.88%로, 2013년 3월(3.97%)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죠.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예고하며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시 한국 등 다른 나라 또한 나란히 금리를 올리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주담대 금리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주택 가격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것이 각국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집값과 금리 간의 전쟁은 훨씬 더 복잡한 현상으로 전개되어왔습니다. 금리 인상이 금방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무리 금리를 올린다 한들 집값이 잡히지 않는 모습도 적지 않았죠.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여러 집값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대출금리 상승 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 주택 매수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원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 초기에는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빠르게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시 과거 금리 인상기 때 비슷한 패턴을 보였죠.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금리가 집값 등락의 방향을 결정하는 절대 변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리를 인상해도 금리 인상의 원인 및 절대적인 수준, 금리 하락기 간 얼마나 집값이 상승했는지 등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 건수 또한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이미 너무 많이 오르고 대출 금리 또한 상승하는 양상에 있으니 매매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인플레이션 및 새 정부의 대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변화하는 부동산 정책의 기대감을 요소로 꼽고 있죠.
자고 나면 훌쩍 뛰는 대출금리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어느 쪽이 유리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년 내 단기 대출이 아니라면 높을지라도 고정금리가 바람직하다며 변동금리 대출자도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를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새로 대출을 받거나 이미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들의 경우 고민이 깊으실 텐데요. 향후 전반적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거라 가정하면 당연히 고정금리가 유리해 보이지만, 당장 변동금리보다 많게는 0.8% 포인트 이상 더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여전히 22.0%에 불과한 것도 같은 배경이죠.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의 금리 상승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대출 기간이 약 1년을 넘는다면, 고정금리 쪽을 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대출 기간뿐만 아니라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 폭과 대출 한도, 다른 종류 금리로의 대환(갈아타기)대출 가능 여부 등 꼭 짚어 봐야 할 변수로 꼽힙니다.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부분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보다 빠른데요. 하지만 현재 대출 시점에서 금리를 고정해놓으면, 변동금리는 앞으로 계속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래의 어느 순간부터는 고정금리를 택한 대출자가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고정·변동금리 격차가 좁혀지다 반전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가 관건인데, 전문가들은 향후 약 1년 정도만 빌리고 갚을 단기 대출의 경우에만 변동금리가 나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기가 1년 이하인 대출은 변동금리를 고려하되, 대신 최대한 변동 주기를 길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장기 대출 및 상환을 계획하는 소비자라면 지금 당장의 금리가 좀 더 높더라도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자들 또한 고정금리로의 대환 대출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다만 갈아타기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대출금리는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먼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변동에서 고정으로 대출을 갈아탈 경우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대환 대출할 경우, 신규 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는 없는지, 대출 한도가 이전보다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대출을 받은 날부터 3년간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됩니다. 3년이 지나기 전 해약 시 최대 1.2%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는데 이 금액이 대환에 따른 이자 절감액보다 크면 반대로 손해인 셈입니다. 다만 변동금리 대출 같은 경우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경우도 있어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환 대출은 신규대출에 속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도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1월부터 총 대출이 2억 원을 넘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한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빚’ 얻어 집 사는 서민들에게 녹록지 않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똑똑한 대출 전략이 필요한데요. ‘금리 인상기 = 고정금리’ 공식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추세라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 유예로 인한 다주택자용 급매물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죠.
좀 더 나은 지역이나 큰 평수로 갈아타기 등으로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라면 대출 비교 플랫폼을 이용하여 본인에게 더 유리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으실 테니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