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지속 가능한 투자
'경영학개론' 첫 시간에 교수는 학생에게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부분 학생은 '수익창출'이라고 답했다. 정답은 '지속성장'이다. 수익창출은 기업의 생존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투자자들은 반짝하다가 단명하지 않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기업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M사에 따르면 1935년 기업의 평균수명은 90년이었으나 1975년 30년, 1995년 22년으로 점차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 수명은 평균 15년 이하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잘 읽고 앞서 나갈 수 있는 비결이 있어야 한다. 최근 수년간 투자, 경영의 중심 화두는 '지속 가능'이다. 그 가운데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있으며 이는 '홍익인간' 사상을 바탕을 두고 있다.
#1. 코로나가 일깨워 준 지구 환경
인간의 고민은 늘 생존이었다. 지속 생존을 목적으로 살면서 닥치는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와 행복을 위해 투쟁하여 다음 시대로 건너갔다. 자연법칙을 포함한 우주원리와 지식, 기술, 과학이 어우러져 문명은 발전했다. 때로는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 3차 산업혁명의 큰 강을 건너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과 국가는 낙오자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인류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경제시대를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강을 건너기 위해 고속정을 만드는 중 코로나가 덮쳤다.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미생물이다. 우리 몸속에만 체세포 수와 비슷한 39조 개에서 100조 개에 이르는 미생물이 있다고 하니 지구 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전파되는 큰 원인은 인간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훼손하였기 때문이라고 환경보호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구의 45억 년 생성·변화 과정에서 인간의 6천여 년 출현·발전 기간은 한편 영화 속 한 장면에 불과함에도 인류는 정복자처럼 지구를 함부로 대해 온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 사회, 개인, 그리고 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상호 연결성이 심화하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이슈는 투자자 자산 배분 과정의 필수 고려 요소로 대두되었고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코로나는 단순한 보건, 경제 위기의 범위를 넘어섰다. 글로벌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위협이 더해지는 가운데, 코로나가 초래한 보건과 경제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인 인식을 촉발시켰다.
#2. 지속 가능한 투자의 핵심은 홍익인간 사상에 있다
최근 지속 가능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ESG가 홍익인간(弘益人間) 흉내 내기라고 하면 많은 이가 놀라는 반응이다. ESG는 2020년 1월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사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가 주요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 포함되어 화제가 되었다. B사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의 요소를 살핌으로써 경영에 대한 필수적인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 전망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ESG는 투자의 핵심 고려 사항이 된 것이다. ESG 투자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투자를 뜻한다.
필자는 홍익인간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보편주의 사상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인류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가 수정 보완하며 궁극에는 홍익인간 세상으로 간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5천 년 전에 홍익인간 이념으로 나라를 운영했다. 홍익인간은 대한민국의 국시(國是)이다. 임시정부의 건국강령 제1장에 건국정신으로 '홍익인간'이 명시되어 있고, 대한민국 법률인 교육 기본법(법률 제86호)에는 교육 이념으로 규정되어 있다.
과거, 거제도에서 조선업을 하는 한 기업인이 홍익인간 이념이 좋은 줄은 알겠으나 기업 경영에서 어떻게 실천하느냐고 필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동안 기업은 가장 싼 재료를 사서 인건비를 적게 주고 물건을 비싸게 팔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경제원칙에만 충실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기업의 경영자나 경영방법도 불투명하였다. 한국 상장기업의 대부분은 아직도 창업주나 후손이 직접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홍익인간 사상을 실천하는 기업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비싼 재료, 고효율의 인건비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한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 투명하게 경영하도록 운영한다. 둘 중 어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까?
동서양 사상은 부처의 자비, 공자의 인(仁), 예수의 사랑을 뜻한다. 한마디로 모두 인간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인 자본주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동서양 사상은 자비, 사랑, 인(仁)이 핵심이고, 경제논리는 자본주의의다. ‘넓다’라는 뜻을 가진 홍(弘)은 인이며 자비이고, ‘더하다’의 뜻을 가진 익(益)은 자본주의 핵심인 이익을 말하는 경제이다. 사람(人) 다음 사이 간(間)은 사람과 관계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지구환경을 고려한 최상위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홍익인간 사상은 널리 인간을, 인간과 관계하는 모든 것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편협한 이념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한 몸이라는 위대한 사상이다. 이제 B사가 말하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투자의 핵심인 ESG가 홍익인간을 벤치마킹하였다는 필자의 주장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3. 지속 가능한 투자는 지속 생존을 위한 기술에 있다
단편적인 기술로 반짝하는 기업은 단명한다. 인간이 당면한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해야 지속 가능한 투자가 된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고부채 시대다. 현재 세상을 변화시키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는 5개 항목이다. ① 도시화의 가속 ②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 ③ 인구구조의 변화 ④ 글로벌 경제력 이동 ⑤ 기술의 도약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범용 기술을 가졌다. 범용 기술은 국가 혹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에 근본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태가 되는 기술을 뜻한다. 개별 기술 혁신, 범용 기술 혁신이 지속하는 가운데, 새로운 융합 기술들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 범용기술은 무엇일까? 10개 이상의 범용 기술이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추측된다. 생명공학, 나노물질, 인공지능, 3D 프린팅,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가상·증강현실(메타버스), 블록체인, 뇌신경, 나노 위성,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드론, 고성능 로봇 등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령화가 심화되었으나, 반대로 고령화 시장의 경제성장, 지속 가능 투자는 확대되었다. 건강을 위한 예방과 치료는 물론, 다운에이징, 안티에이징, 첨단 로봇 등을 활용한 간병, 비서 로봇, 원격의료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지속하여 확대되는 것은 뻔한 일인 것이다.
#4. 지구환경과 지속 가능한 투자
불을 사용하기 전까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른 바가 없었다. 동물과의 경쟁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불의 사용이 인간에게 준 큰 의미는 인간이 동물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빛나는 위대한 무기나 도구를 갖게 됐다는 점 보다 '생각'의 물질적 터전을 확보해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생각의 터전은 '뇌'다. 익힌 고기는 생고기보다 소화가 더 잘 되기 때문에 생고기를 소화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남길 수 있다. 이때 남는 에너지는 소화 이외의 곳에 쓰일 수 있게 됐는데 이것이 뇌 발달의 한 요인이다. 이를 시작으로 인간은 불을 이용하여 각종 물질을 가공하여 활용하며 급기야 모든 인간 활동에 주요한 도구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에너지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지구환경을 크게 해치게 되었다. 에너지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인간만을 위한 에너지가 아닌 지구 환경과 공존하는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그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투자가 가능한 특수 목적 채권인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지난달 20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2억 스위스프랑(약 2천606억 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그린본드(green bond)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심리를 강조했던 점이 유효했다.
스위스 채권시장의 경우 그린본드가 조달 기본형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ESG 채권 여부가 중요하다. 현대캐피탈은 강력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한 다크그린(dark green) 발행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았다고 한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의 금융 서비스 지원에 자금을 활용하여 환경 훼손 우려 등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룬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지속해서 성장이 가능한 투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앞으로 인간이 필요한 에너지를 무공해로 활용하면서 지구환경을 지키는 그린본드가 지속 가능한 투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 투자는 인간이 처한 글로벌 환경, 지구환경을 지키며 사용할 무공해 에너지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기술에 있다. 이러한 기술과 기업 경영이 홍익인간 사상에 바탕을 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등 ESG 경영을 기초로 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투자대상이다. 지속 가능 투자라는 용어의 빅텐트에 갇히지 말고 본질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