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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Jun 15. 2022

직장이 사라진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긱 경제' 시대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중에서도 ‘긱 이코노미’라고 불리는 노동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는 중개 플랫폼을 활용하여 노동력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게 노동력을 제공할 사람을 연결하여 임시 계약 형태로 노동과 대가를 교환하는 경제 형태를 의미합니다.


긱(Gig)은 약속을 뜻하는 engagement를 축약한 단어입니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필요에 따라 임시로 연주에 참여하는 고용 형태에서 유래했다고 하죠. 긱 이코노미는 원래 1인 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 등을 포함하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승차 공유 서비스 U사의 등장으로 중개 플랫폼의 개념이 떠올랐고 배달이나 숙박, 단순노동을 넘어 컨설팅, 법률 등으로 전문 분야 종사자들도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긱 이코노미의 개념이 완성되었습니다.


심부름 대행 앱 개발사인 H사가 2021년 한 해 동안 당사 심부름 대행 앱에 등록된 30만 건의 심부름 유형을 분석한 결과 배달과 장보기가 41%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어서 청소, 설치 및 운반 등 여러 노동 유형이 뒤를 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렇듯 다변화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 긱 이코노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내가 원할 때 일한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긱 이코노미가 떠오르는 이유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한 직장에서 평생을 정규직으로 회사에 헌신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의 일자리 형태였는데요. 평생직장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자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 팬데믹으로 인해 효율적인 노동에 대한 인식의 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업무량 대비 근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업이나 투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인데요. 재택근무를 통해서 업무를 마치고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필요한 기간에만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긱 이코노미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M사에서는 2025년에 긱 이코노미에 해당되는 미국의 노동인구가 전체 노동인구의 18.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에서도 공채를 보류하거나 폐지하고 긱 노동자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생기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플랫폼의 고도화가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들은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력과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서비스를 유형화하여 비교 및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 긱 이코노미가 가져온 노동 시장의 변화



'긱 워커'는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견, 중소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력은 필요하지만 정규직 채용은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긱 워커'를 활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경직된 국내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22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8.5%를 차지했는데요. 요식업 주문 플랫폼 B사의 일반인 배달기사 수는 2019년 1만 명에서 올해 5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팬데믹 장기화로 생계가 어려워진 택시 기사들이 대거 배달 플랫폼으로 이탈하면서 택시 업계가 구인난에 몸살을 앓기도 했죠.


긱 워커는 얼핏 비정규직 근로자와 유사해 보이지만 큰 차별점이 있는데요. 먼저 긱 워커들은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정규직을 원하지만 여건 상 비정규직 계약을 하는 기존 기간제 근로자와는 다르죠. 또한 긱 워커 상당수가 디자인, 개발 등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와 구별되는 점인데요. 지금까지의 고용 형태가 정기적 채용의 인풋(Input)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아웃풋(Output) 우선의 유연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가 창출해 내는 부가가치도 어마어마한데요. 경영 컨설팅 회사 M사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2%에 해당하는 2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3) 주목하자, 주문형 플랫폼



긱 이코노미가 성장하면서 관련 플랫폼들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력 매칭' 스타트업 T사는 작년 기준 상반기 인력 매칭 의뢰 건수가 전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T사는 대기업 팀장중소기업 임원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 중 엄격한 과정을 통해 '인증 전문가'를 선별하고 있는데요현재 인증 전문가는 약 3,500명으로 2023년까지 최대 1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들의 아웃소싱(외주)를 돕는 프리랜서 플랫폼인 K사도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매출과 거래 건수는 전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했는데요현재 K사에 등록된 전문가는 2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도 25만 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활 서비스 분야 인력을 매칭하는 플랫폼 S사가 있는데요. 팬데믹 확산 이후 인테리어 등 홈·리빙 분야 수요가 늘었던 점이 큰 호재로 작용하여 작년 2분기에는 팬데믹 이전 (2019 4분기대비 발행된 견적서 수가 약 257%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긱 이코노미로 노동 시장의 변화가 생기면서 긱 워커의 양극화가 문제점으로 떠올랐는데요. 개발자나 디자이너처럼 전문성이 있는 긱 워커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매력적인 근무 형태지만, 음식 배달과 같은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긱 워커들에게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생활패턴으로 고용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노동 시장에 진출하면서 노동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며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인데요. 노동 시장이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진 만큼 개인이 짊어질 책임도 늘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긱 이코노미를 지켜보며 다가올 새로운 노동 시장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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