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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Jul 20. 2022

중고차 시장의 춘추전국시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중고차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기업 중고차 사업 진출이 1년 연기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국내 중고차 매매업'을 소상공인 보호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며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이 제한되었는데요.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끝나면서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25조 원 가치에 달하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판매 업체의 반발로 3년여간 합의 과정을 거쳤는데요. 지난 4월, 정부의 심의 권고에 따라 현대와 기아의 판매 대수를 향후 2년간 제한하는 사업 조정 권고 기간을 제안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기나긴 갈등도 마무리될 조짐이 보이게 됐습니다. 권고안에 따르면 대기업 완성차 업계는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인증 중고차 5,000대 범위에서 시범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따라서 현대와 기아는 내년 1월부터 5년/10만 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 개의 품질 테스트를 거친 차량을 대상으로 중고차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골자는 점유율의 문제였습니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현대차는 전체 중고차의 2.9%를 기아는 2.1%로 시장점유율이 제한된다는 점이죠. 그럼 오늘은 대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중고차 시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1) 중고차 시장의 과거와 현재



중고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레몬마켓'이라고 불렸습니다. 레몬마켓이란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뜻하죠.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깜깜이 장사'라는 논란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허위 미끼 매물'을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중고차 시장의 불신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면서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20대~30대의 MZ 세대들이 값비싼 신차 구입 대신 중고차 시장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중고차 업계도 '공정한 차량 감정'과 '온라인 거래' 그리고 '무상 환불' 등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해 국내 중고차 플랫폼인 E사 홈서비스의 수요는 1년 사이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객 중 2030 젊은 층의 비율이 54%로 가장 높았는데요. MZ 세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 스며든 것입니다. 온라인 거래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중고차 업체 K사의 경우 전체 거래 중 온라인 판매 비율이 2017년 18.6%에서 2021년 45%로 증가했는데요. 중고차 10만 9천여 대 중 5만 대 가량이 온라인에서 거래된 것이죠. 아울러 차량을 쉽게 환불할 수 있는 제도 또한 늘고 있습니다. K사의 경우 중고차 매입 후 3일, E사는 7일 안에 무상 환불해주는 등 공정 거래에 힘을 쏟고 있죠.




2) 대기업도 뛰어든 중고차 시장, 도대체 어떻길래?



C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 4,501대였습니다. 신차 등록 대수인 173만 5,036대의 약 2.3배에 달했죠.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이 회복될 경우 중고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387만 대로 연간 신차 판매량의 1.4배의 규모지만 미국(신차 대비 2.4배), 영국(2.9배), 독일(1.9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매출액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2020년 기준 K사는 1조 3,231억 원으로 국내 주요 직영 중고차 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러한 시장을 잡기 위해 중고차 통합 포털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중고차 통합 포털은 중고차의 적정 가격 산정이나 허위, 미끼 매물을 선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실거래 대수 통계와 가치지수, 모델별 가격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죠. 


신차와 연계한 마케팅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먼저 회사에서 중고차를 매입하고 이후, 신차 구매 시 할인해 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인 '트레이드 인(Trade-in)'이 대표적이죠. 그 외에도 360도 가상현실 기능을 구축해 차량 상태를 실제로 보는 듯한 VR 기능을 제공하고 전국 거점에 '무인 딜리버리 타워'를 세울 계획입니다. 미국 카바나(Cavana)의 중고차 자판기와 비슷한 개념인데요. 소비자는 직접 차를 시승해 볼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매하면 즉시 출고도 할 수 있게 됩니다.




3) 중고차 시장,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동안 중고차 시장의 큰 문제인 투명성과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0년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5%가 중고차 시장의 이미지를 불투명하고 낙후된 이미지라고 응답했죠. 


하지만 앞으로 중고차의 성능과 시세 정보를 간편하게 비교하고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활기를 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 빗장이 풀리면서 렌터카 계열사를 둔 L사와 S사도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먼저 렌터카 업계 1위인 L사는 올 하반기 자사 내 중고차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거래(B2C)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S사 또한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한 지 4년여 만에 S사의 렌터카를 통해 재진입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K사 같은 기존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은 오히려 반기는 눈치인데요. S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을 직접 매입한 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로 경쟁력을 획득한 K사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완성차 업체들,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다른 플랫폼 업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대기업 진출이 결국 매물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면 중고차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과 중고차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 질 높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기회라고 보는 전망도 있는데요. 연간 거래액이 20조가 넘어가는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의 횡포로 마무리될지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 중고차 시장의 춘추전국시대는 이제 막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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