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의 자율주행차
글로벌 초인플레이션 시대 터널에 들어섰다. 금리는 치솟고 현재 1.75%로 같은 한·미 기준 금리는 조만간 역전이 될 것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에 자율주행차 산업 역시 당분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자율주행은 인프라 및 정부 지원 등의 투자가 미흡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투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 자율주행차, 멀티 모빌리티 시장과 함께 보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이재완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교수는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 없이 공유하면 된다. 차를 공유하면 주차공간도 확보되고 거리의 자동차가 줄어드니 교통체증 완화는 물론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가 오면 자동차 시장 수요는 물론이고 보험, 의료시장, 주차 공간 수요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는 공유경제의 주요 품목이 되어 필요하면 언제나 불러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주차장 수요도 비례하여 줄어들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가 줄어들어 보험시장 역시 감소하고 자동차 정비업, 버스 등 운전 근로자도 줄어들게 된다.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소유와 공유의 사이에서 신문이나 월간지처럼 자동차 '구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이종 기술이 융합·복합하는 초융복합화 시대다. 모빌리티의 초융복합화는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자동차, 드론,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등과 같은 모빌리티는 서로 간의 통합과 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드론과 저고도 항공기인 플라잉 카의 차이는 조종사 유무로만 판단하는 정도이다. 자동차가 자율, 무인으로 변화하듯이 드론이나 항공기 등이 자율 운행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시장을 지금처럼 독립된 하나의 시장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현명한 일은 아니다. 자율주행차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면 반드시 후발 주자인 멀티 모빌리티에 시장을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말리고 싶은 일이다.
#2. 멀티 모빌리티의 선도 역할에 포커스를 둬라!
미국과 중국에서는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정형화된 노선의 30여 대의 자율주행차만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 중인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뒤처질까 우려된다.
자동차산업 연합회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6,565억 달러(약 815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2020년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인 것으로 봤을 때 자율주행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율주행차는 아직 정부의 관심과 인프라 확대 등의 지원이 낮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도 미흡하다. 한국은 뒤진 자율주행차 시장에 후발 주자로 허덕이지 말고 UAM 등 멀티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필자가 기고한 H 언론 칼럼에서도 동일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이동·운송 수단의 기술, 소재, 구조, 원리는 비슷하다. 엔진과 배터리 등 동력 장치, 동체(보디)를 이루는 프레임과 각종 신소재다. 용도에 따라 크기, 기능에 맞추어 별도의 개별 기술과 소재가 다를 뿐이다. 사실상 모두 드론이고 로봇이며 몸체가 다른 스마트폰과 유사한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또 이를 작동하는 일은 모두 통신과 컴퓨터(반도체), 데이터, 인공지능, 에너지(수소 전기, 리튬전지)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모빌리티 산업 시장은 전 세계 GDP의 약 20% 이상인 20조 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한화로 약 2경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한국 GDP의 약 14배 수준이다. 이는 우리가 멀티 모빌리티 시장으로 투자 관점을 확대하여 봐야 한다는 말의 근거가 될 것이다.
#3. 글로벌 초인플레이션, 디지털 달러 발행 가능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에 다방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 부족까지 보태졌다. 또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유지하다가 중국의 도전과 코로나로 다극 체제를 원하는 나라가 많아지게 되었다.
32년 동안 유지한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 체제 등 글로벌 질서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어 고물가·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아직 정상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금리는 치솟고 있고 현재 1.75%로 같은 한·미 기준금리는 조만간 역전이 된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까지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예측되고 있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전통적인 통화(금리)와 재정정책으로 글로벌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23일 열린 미국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파월 의장은 '연준이 CBDC (디지털 화폐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선진화 방안을 의회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CBDC 도입에 대한 연준의 다음 조치를 묻는 질문에 '국가로서 반드시 탐구해야 할 일이라며 당파적인 일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또한, CBDC의 도입은 모든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금융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디지털 달러의 발행 주체에 대해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달러가 되길 원치 않는다'라며 '디지털 달러가 발행된다면 사적인 돈이 아니라 정부가 보증하는 돈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이 CBDC 발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한다는 발언에 가깝다. 한국은행 역시 CBDC 2단계 모의실험이 끝나가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기존 통화량은 일시에 급속하게 줄일 수 있다. 물가는 바로 잡히게 된다. 그동안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한국은 수직적 익명성 보장, 중국의 디지털 위안의 추이, 기존 달러의 기축 통화 위상의 변화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CBDC 발행은 그야말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의 흐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루나 코인 등의 영향으로 몰락에 가까운 현상을 보이는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하게 시장이 축소된다.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인 T사는 가상화폐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율주행차 투자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에 자율주행차 산업 역시 당분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자율주행차는 멀티 모빌리티의 시장을 여는 역할을 하지만 독자적인 시장으로 성장하는데 큰 걸림돌이 많다. 아울러 글로벌 초인플레이션 시대 가상화폐 시장 몰락과 미국의 디지털 달러 발행 가능성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장에 큰 변수로 등장하게 된다.
가뜩이나 자율주행차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한국 상황에 굵직한 외적 변수는 한국 자율주행차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저고도 항공, 드론 등 멀티 모빌리티 산업에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 기술 개발, 투자,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지혜로운 기업과 나라에는 늘 위기 속에 기회 있다는 점을 명시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