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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Oct 24. 2022

N 비전 74, 고성능 N의 미래를 열다

고성능 모빌리티 업계 흐름

지난 7월 15일, 현대 N Day에서는 콘셉트카 'N 비전 74(N Vision 74)'가 공개됐습니다. 현장은 술렁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차가 나온다는 말이야?" 감탄이 쏟아졌습니다. 현대자동차 공식 유튜브 N 비전 74 영상에는 "콘셉트대로 양산에 성공만 한다면 자동차 업계의 혁명이 될 것", "현대자동차를 보고 심장이 터질 뻔한 것은 이번이 처음" 등의 영어 댓글이 무더기로 올라왔습니다. 각국 자동차 전문가들도 N 비전 74를 집중 조명했죠.


N 비전 74에 매료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영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과 수소 기반의 고성능 카라는 것.

※ 현대 N | 전동화 비전 및 차세대 고성능차 공개 (©현대자동차)




포니 쿠페와 N 비전 74


©현대자동차, N Vision 74


N 비전 74는, 꿈 많던 시절 무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줬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왔던 자동차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영화에서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한 타임머신 자동차, DMC의 드로리안(Delorean)을 보며 사람들은 N 비전 74를 즉각적으로 떠올렸죠.


N 비전 74가 드로리안을 닮은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그전에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 차든, 스마트폰이든 숫자가 적혀 있으면 아이오닉 식스(6), 아이폰 포틴(14) 이런 식으로 영어로 읽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N 비전 74는 '엔 비전 세븐티포'가 아닌 '엔 비전 칠십사'라고 소개됐습니다. 


'74'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상징성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공개 현장에 있던 자동차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N 비전 74가 1974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어떤 일에 대해 깊이 오마주 했고, 이 차는 그것에 대해 보내는 일종의 '헌사'라고 깊이 이해하는 분위기였죠. 도대체 1974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현대자동차, 포니 쿠페


현대자동차 콘셉트카였던 포니 쿠페가 선보였던 해가 바로 1974년입니다. 당시 '우리가 스포츠카를 만든다면 이런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현대자동차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수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의뢰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포니 쿠페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초의 국산 자동차 포니는 1975년에 세단과 해치백으로 출시됐지만 원래 포니 콘셉트카는 쿠페였던 것이죠. 


즉, N 비전 74 디자인은 포니 쿠페에서 영감을 받았고 숫자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만들었던 1974년을 기리는 것입니다. 과거 포니 쿠페를 양산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차를 향한 집념을 N 비전 74를 통해 재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4년의 추억을 간직하며 시공을 초월하면서 세련되기까지 한 차,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속에 드림카로 남아 있는 차를 바로 눈앞에 가져다 놓으면서 감성까지 제대로 건드리고 만 것입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상영됐던 그 당시는, 자동차 대부분의 디자인이 직선이 주가 되면서 굉장한 비례감과 포션으로 역동성과 실용성을 다 잡았던 시대였습니다. 여기서 N 비전 74는 포니 쿠페에서 가져온 클래식한 형태에다 모던한 요소를 더하며 시원시원한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상징이었던 직사각형 모양의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가 현대자동차의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면서 정체성까지 살린 것이죠.


디자인 외에도 고성능 자동차를 향한 열정을 지녔다는 점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와 N 비전 74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측면 흡기구, 거대한 리어 윙, 역동적인 볼륨감을 가진 펜더는 N 비전 74의 고유 디자인을 완성시키면서도 강력한 고성능을 나타내죠.




그린카임에도 고성능이 가능한 이유


©현대자동차, N Vision 74


글로벌 카 마니아들이 N 비전 74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기술력에 있습니다. 

N 비전 74는 세계 처음으로 수소 연료전지와 배터리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그린카입니다. 친환경 차임에도 불구하고 제로백까지 4초가 채 걸리지 않고 250km/h 이상의 최고 속도를 발휘합니다. 5분 충전에 500㎾ 힘으로 600km 이상의 긴 주행거리까지 확보했습니다. 수소 발전을 통해 배터리 잔량을 유지함으로써 전기차의 고질적인 한계로 꼽히던 긴 충전 시간과 무게 이슈를 단번에 해소한 것입니다.


N 비전 74는 85kW 용량의 수소 연료전지와 62.4 kWh 용량의 구동용 배터리로 동력을 얻습니다. 수소 연료를 기본 동력원으로, 배터리에서 나온 출력을 부스트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친환경 자동차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구동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통합 제어 전략까지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500kW(약 680마력), 최대토크 900Nm 이상인 2개의 구동 모터로 뒷바퀴를 굴립니다. 트윈 모터 토크벡터링 제어 기술을 적용해 강력한 전기 모터 2개가 후륜에 탑재된 구조적인 이점도 극대화했습니다. 좌우 뒷바퀴의 동력을 극단적으로 배분하여 선회력 및 핸들링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했고,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는 파격적인 드리프트까지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차 마니아라면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트랙 주행과 같은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 복잡한 구동 시스템으로 고성능을 발휘하면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간파한 현대자동차는 3채널 독립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연료전지 스택, 배터리, 모터 및 감속기가 포함된 PE 모듈을 아우르는 통합 제어 전략까지 새롭게 개발함으로써 빠르고 효율적인 열 관리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시대를 앞서는 혁신적인 기술, N Vision 74




고성능 모빌리티에 대한 업계 흐름


©현대자동차, N Vision 74


'한 제품군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브랜드로 고객에게 어필하느냐?'
이를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합니다.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제품 출시 전에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 특성에 맞도록 개별 브랜드를 개발해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전략은 기존 시장 전략보다는 비용이 많이 투자되기는 하지만, 한 브랜드에 모든 자원을 집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단일 브랜드에만 주력하다가는 사소한 이슈에도 기업의 수익은 물론 이미지까지 크게 휘청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브랜드 리스크를 분산하며 수익성까지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앞서 언급한 시장 세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하면 선두 브랜드라 할지라도 비어있는 세그먼트로 경쟁 브랜드가 침투해 시장 선점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던 삼성, 애플 등이 중·저가형 모델을 출시해, 자연스럽게 고가의 브랜드로도 구매 전환하려는 효과를 노리기도 하고, 아예 아무나 사기 힘든 최고급형 프리미엄 모델을 출시해 이미지 제고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굳이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멋지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성능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기술력을 자랑함으로써 후광 효과를 내기 위함이죠.


현대자동차의 N 브랜드는 이런 최고급형 브랜딩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N은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머리글자이자 N 시리즈 차량의 성능시험 장소인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N에서 따 왔습니다. 이곳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독일의 레이싱 서킷이기도 합니다. 즉 현대자동차 N 브랜드의 정점에는 "모터 스포츠카가 있다"라는 것과 동시에 "최고 성능의 차량에 붙는 별도 브랜드를 지향한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N 브랜드의 방향성이 자율주행, 스마트카 등을 미션으로 삼는 글로벌 모빌리티 트렌드와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또 고성능 차의 경쟁력은 오염물질 배출기준이나 효율성보다는 말 그대로 강력한 성능, 디자인, 내구성 등을 꼽는데,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고성능 차의 실현 가능성'에 업계에서는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죠.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을 결합한
고성능 N 브랜드에 공들이는 이유는?


©현대자동차, N Vision 74


우선,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의 중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전망되면서,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IT, 통신 등 다양한 업체들이 모두 뛰어들며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춘 '바퀴 달린 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친환경차가 글로벌 시장에 보편화될수록 고객을 사로잡을 차별적 요소로 '고성능 모델'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N 비전 74는 내연차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고성능 차 시장에서도 완성도 높은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 BMW의 M, 캐딜락의 V, 폴크스바겐의 R, 렉서스의 F, 아우디의 S와 RS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성능 차 브랜드입니다. 


다른 친환경차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N 비전 74가 N 브랜드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이라는 사실입니다. N 비전 74를 공개하기 전, 현대자동차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수소 연료에 기반한 고성능 친환경 자동차 연구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N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죠. 친환경 자동차는 성능과 운전의 재미가 뒤처지고 고성능 자동차는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편견을 불식시키면서, 이 두 가지의 이율배반적인 특성이 양립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현대자동차가 N 브랜드에 주력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운전의 재미'나 단순히 가격 측면의 프리미엄이 아니라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고성능 브랜드를 가진 자동차 업체를 높게 평가합니다. 일반 자동차는 가격과 디자인, 서비스 등 다른 주요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고성능 차는 기술력이 최우선입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오더라도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는 자기만의 특별한 이동 수단을 소유하고 직접 조종하길 원하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죠.


완성차 업체는 고성능 차 기술을 통해 기업의 근간인 제조 인프라를 존속시키고 모빌리티 수요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또한 고성능 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 기술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고성능 차 개발에 주력하는 미래지향적 업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급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내연기관과 그린카 과도기에서 빚어진 시장 변화


©현대자동차그룹, N Vision 74


고성능 자동차 중에는 모터를 활용한 전동화 모델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내연기관 엔진에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더해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나 스포츠 세단 등이 대표적입니다. 내연기관차의 성능을 뛰어넘는 순수 전기차도 고성능 차 시장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0마력에 가까운 최고 출력과 400km/h 이상의 최고 속도 등 기존의 내연기관 스포츠카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성능을 자랑하는 전기 스포츠카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고성능 전동화 자동차는 어느새 제조사의 첨단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자동차에서 높은 경제성이나 효율 이외의 가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고객들은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경험할 수 없던 강력한 성능을 친환경 자동차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N 비전 74가 고성능 친환경 수소 전기차라는 것은 미래 자동차 시장이 요구하는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는 한 충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전기차보다 훨씬 모터스포츠에 가까운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부각되면서 현대자동차 기술력의 주목도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1974년에 이런 대담한 디자인을 준비했던 현대자동차의 역사까지도 받아들이고 있죠.


이는 앞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선보이는 모든 차량 라인업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극한 상황에서의 차량 성능을 확보하고 차량 전반에 걸친 기술 수준을 극대화하는 등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합리적 가격의 고성능 차량을 제공하겠다는 목표입니다.


N 비전 74에서 한 가지 꼭 보고 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롤링 랩(rolling lab), 굴러다니는 연구소, 움직이는 연구소'라는 닉네임입니다. 지금 당장 구동 가능하지만 연구 중이자 실험 중이고, 또 이것이 바로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간 수많은 롤링랩을 선보여 온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롤링랩을 통해 계속해서 성능을 개선해 나가면서 일상 깊숙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성능, 친환경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모든 즐거움을 추구하며 운전자 개성까지 드러내는 N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의 전반적인 개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아가 롤링랩은 단순 양산 모델을 넘어 선행기술을 지속 개발하는 등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죠. 뛰어난 기술과 스토리, 비전은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기존 자동차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현대자동차 및 N 브랜드의 거침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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