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정말 가능할까?
YOLO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자, 이런 뜻의 단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젊은 층을 사로잡은 것이다.
‘욜로 소비’라는 충동적인 성향의 소비 습관,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습관이 경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노후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YOLO와는 정반대의 소비 트렌드는 FIRE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이어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로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고,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20대부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작년 7월 회원 825명을 대상으로 파이어족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27.4%가 '나는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조기 은퇴 이후 목표로 하는 것은 ‘사업·창업’이 33.1%로 가장 많았는데, 극단적인 저축과 소비 억제가 특징인 파이어족의 월 급여 중 저축과 지출 비율에 대한 조사 결과로는 월평균 급여 267만 원 중 41.4%인 110만 원을 저축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미래를 위해 자신만의 소비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파이어족,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과연 어떠할까?
1. 파이어족이 살아가는 법
파이어 운동은 1990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저성장과 강도 높은 노동, 그리고 부모님이 은퇴 후 겪는 어려움을 목격한 이들은 '성취감을 얻을 수 없는 직장에 대한 불만',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그리고 '불황 속에서도 안정된 삶에 열망'으로 파이어족이 나오게 된 이유이다.
파이어족의 기본 개념은 '짧게 벌고 적게 쓰기'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된 파이어족의 대표적인 절약 정신을 소개하자면 아래의 4가지와 같다.
1. 식료품은 유통기한 직전의 할인 제품을 구입한다.
2. 이동은 걷는 방식을 선호한다.
3. 스트리밍 서비스는 친구의 아이디로 접속해 공짜로 즐긴다.
4. 여행은 최대한 가지 않거나, 포인트를 활용한다.
4년 동안 악착같이 일하고 저축해 약 5억 원을 모아 은퇴한 자매의 사례를 보자면, 보통 은퇴 시점을 1년 생활비의 25배를 모았을 때로 계산하는 것이다. 차를 팔고 취미 생활이나 여행을 접는 등 극단적인 절약을 추구한다. 절약해서 모은 자산과 경험은 은퇴 후 삶과 자산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기에 투자로 재산을 증식하는 것은 다음 일이고 먼저 절약하며 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파이어족은 모은 은퇴 자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고, 경제 흐름을 공부하며 투자를 한 결과 5년간 자산을 두 배로 늘리는 결과를 얻는다.
2. 파이어족 그게 가능해?
1999년 미국 트리니티 대학 경제학과 교수 3명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투자금(은퇴 자금)을 주식 100%나 주식 75% + 채권 25%에 넣어두고 매년 4%만 인출했더니 30년 동안 은퇴 자금이 고갈되지 않을 확률이 98% 이상이라고 한다. '4%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알아볼까.
우리 모두 파이어족이 되어보자
이른 은퇴를 통해 시간과 돈의 자유로움을 얻어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역설적인 파이어족. 그렇다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에서는 파이어족으로 은퇴하기 위해 최소 11억 원 이상을 은퇴 자금으로 책정된다.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면 현재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이후의 플랜을 계획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일명 "짠테크"가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가구의 평균 저축률은 소득의 34% 정도라고 한다. 파이어족은 필요한 지출을 제외하고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을 목표로 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해진 소득에서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연간 목표 금액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N잡을 통해 부업을 병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파이어족이 되기 전 주의사항
사실 파이어족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다. 최소 10억이라는 은퇴 자금을 단기간에 모을 수 있는 이들은 한정된 고소득자이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유도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 부동산, 금융 시장은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자산이 안정적일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했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먼저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면 목표 금액을 잘 정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목표 금액은 제대로 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투자 성향도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이 취미 생활이나 기타 여가 생활을 포기하면서도 돈을 극단적으로 저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잘 투자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S여대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어차피 45-50세에 정년을 맞이하는 사회에서 파이어족은 결단력이 강하고 자기 절제가 가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한 사람보다 미래에 대한 위험성이 더 적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2030대에 지나치게 투자에만 몰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주식을 통한 재산 증식에 익숙해지고 생산이 없다면 결국 모두의 손해인 것이므로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주 회사에 보내는 월요일을 집에서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파이어족은 오늘도 커피를 사지 않고 걸어서 회사에 갈지도 모른다. 세상엔 옳고 그른 라이프 스타일은 없다. 어떤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꿈꾸는 삶이 있다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파이어족, 과연 그들은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