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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덕 Aug 10. 2017

내가 사는 지역이 나를 존재하게 한다.

공간에서 지역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는 재미와 공유  

포틀랜드 사람들 사진 - thrillist.com


나의 존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ōgitō ergo sum)

데카르트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유명한 말이다.


이 명언의 다양한 패러디 중

미국 개념주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I shop therefore I am)

바바라 크루거 작품 - I shop therefore I am

 

소비로써 그 존재를 증명코자 하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현재 젊은 세대에게 가장 핫한 브랜드인 슈프림(Supreme)의 빨간 박스 로고 또한 이 작품에서 따 왔다고 하니 영향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supreme 매장 풍경(GQ Korea 홈페이지)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던 시절에 했던 과제들 중 

학교 앞 베이커리가 있는 상가건물 리노베이션을 하는 단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상가건물 주위에 작은 시장을 이루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었고, 베이커리 상가건물을 더 효율적이고 주변과 관계 맺게 하고 싶었다. 상가건물 공간을 잘게 쪼개어 작은 가게들을 채우고, 그 가게들을 주변의 작은 골목길을 연결시킨 디자인을 제안했다. 


나의 공간적인 제안은 이러했고, 

실제로 이 공간을 채울 사람들의 심리와 취향이 궁금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제품 생산에 관여하게 된 현상을 일컬어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크리슈머의 등장


10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비해 증대된 소비자의 역할이 제품에 대한 관여를 넘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직접 창조해내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소비자들을 크리슈머(Creasumer)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림. SK hynix 하이라이트 blog


창조자(Creator)와 소비자(Consumer)가 결합된 이 개념은 소비자의 주체성과 권리가 프로슈머 이상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소비자였던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직접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스마트폰과  SNS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른 개개인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주체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최근 사회의 모습은 취향공동체(The Society of Like-minded)라고 일컫는데 대중적인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찾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관찰자의 시작


이태원 해방촌에 론드리프로젝트라는 빨래방과 카페를 결합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많은 손님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관찰할 있었다.

이태원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 외부모습 - 론드리프로젝트 홈페이지

사실 처음에 가게를 시작할 때 론드리프로젝트의 타깃은 해방촌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빨래방 문화에 익숙하기도 하고, 한국을 떠나 고국으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기에 세탁기와 건조기 구입을 망설이는 셀프 세탁 서비스가 꼭 필요한 외국인들이 대상이었다. 

빨래를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카페 같은 공간을 마련해 맛있는 커피도 제공하는 것이 내가 생각한 모습이었다.


오픈을 해보니 해방촌에 사는 외국인과 더불어 젊은 층의 한국 친구들이 더 많이 방문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알고 해방촌이라는 낯선 동네에 급격한 경사로에 위치한 빨래방 카페에 찾아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해 커피와 케이크, 그리고 공간을 배경으로 셀카를 많이 찍었다. 

공간은 깨끗한 빨래방 콘셉트이라 하얀색 페인트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패브릭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 덕분인지 집과 같은 편안함, 또한 그들 개개인의 감각에 맞춰 인스타그램 속 한편을 차지했다. 집과 같은 편안함이 있는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평일 낮 망중한을 즐기는 한때를 예쁜 옷을 입고 사진으로 남기는 콘셉트가 주를 이루었다. 그들은 이런 새로운 공간을 먼저 발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중의 상당수는 블로그를 통해 옷을 판매하는 패션 쇼핑몰 사업자인 사람들이었다. 예전 웹 쇼핑몰이라는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SNS를 통해 개개인에게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이 세분화된 것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더욱 많은 유저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론드리 프로젝트 공간에서 화보 촬영 및 뮤직비디오 촬영 등 세트와 같이 공간을 배경으로 활용되는 가능성도 보았다.



내가 머무는 공간이 나를 의미한다


인스타그램 속 주인공들은 남들이 바삐 일할 시간에 고즈넉한 시간을 향유하는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사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어 방문한 카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여러 콘셉트의 사진을 찍어 놓은 후 평일 오후에 하나씩 업로드하는 현실일지라도 실제로 인스타그램 속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고화질 카메라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이 만들어낸 공간에 대한 욕구, 공간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약간은 카페 공간이 무대 세트 같은 공간으로 변화되는 양상도 보였다. 망원동 소셜클럽 서울, 만리동 카페 현상소 등 카페의 본분인 커피 맛보다 오로지 사진을 위한 무대 같은 곳이 생겨났다.


론드리프로젝트는 인스타그램 유저들 덕분에 초반에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지만.

반년이 지나자 인스타그램을 보고,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결국엔 론드리프로젝트가 지닌 이미지가 그들에겐 소비되었고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메뚜기떼 같은 '카페 투어족'들은 항상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고, 발견의 기쁨을 함께 팔로워들과 나눈다.


론드리프로젝트는 빨래방 카페였고, 시간이 갈수록 빨래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 원래 콘셉트대로 빨래방카페로서의 기능 덕분에 안정적인 운영을 하게 되었지만 최근 2년 사이 나름 유명했던 카페 몇 개는 각자의 사정으로 문을 닫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즈니스가 지속되기 위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만큼 확실한 무언가를 지녀야 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내가 머무는 공간, 그다음은?


인스타그램이 주는 효과를 보았기에 비즈니스 마케팅에서 SNS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리 예측하고 선점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장소 이미지 공유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시간과 공간을 담아내는 장소 이미지 공유의 시대 다음은 시간과 공간을 더욱 잘 담아내는 동영상의 시대일 것인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개인방송 기능 추가 및 스냅챗 등 많은 동영상을 담아내는 플랫폼이 나오게 되면서 동영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짐작한다. 이 개인방송 및 동영상 시대는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사람들은 장소를 넘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그리고 그것을 더욱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배경을 찾게 될 것이고 난 그 배경이 내가 사는 지역과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장소 이미지는 단순히 내 삶의 단편적인 캡처라 한다면 

(그래서 허구가 많았다. 실제는 그런 삶이 아닌, 사진으로 꾸며낸 환상)

더 진실되고 길어진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에서 더욱 확장된 삶이 지속되는 동네, 지역, 그리고 도시로 관심을 가져갈 것이다.


큰 대로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골목 깊숙한 곳, 아무도 찾지 않는 카페와 책방을 발견해 공유해 왔듯이  기존의 서울 대도시의 삶, 주중에 9-6 일하고 주말엔 인근 대형 쇼핑몰 가서 쇼핑하고 외식하는 삶이 아니라(지역마다 똑같이 찍어낸 듯한 쇼핑몰)


해방촌 독립출판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 사진 by 북파인더 

아침이 조금은 늦게 시작하고, 밤은 일찍 마무리하고,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몇 없이 조용히 보내도 내 삶이 절대 이상하지 않은 그런 동네와 지역 그리고 도시.

현재 미디어에서 그려내고 있는 모습 또한 그런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면 쉴 틈 없이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파라다이스와 같은 휴양지 발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TVN '윤식당' 과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도시와 다른 소소하게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JTBC '효리네민박' 등 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JTBC 효리네민박을 보면 그런 삶의 징후들이 발견된다. 이효리 씨는 워낙 대중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기도 하다. 왜 나는 제주도에 가서 저렇게 살지 못했는가? 이런 반문과 함께 시청 후 부부간 약간의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


TVN 윤식당, JTBC 효리네민박 - 사진 by  CJ E&M 및 JTBC 



동네와 도시,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은 발견하는 자의 것!


개인방송 및 동영상의 시대,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

이제 대도시를 떠나 각자가 희망하는 어떤 지역에서 자기만의 삶을 보여주며

이런 삶은 어때? 저런 삶은 어때? 

이런 모습의 공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낙후되었던 골목들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처럼 외면받았던 지방의 소도시들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도시로 매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도시)에서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곧 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I live here therefor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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