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상가, 아들이 선택한 '콘텐츠'

론드리프로젝트 컨설팅 기록 #1.삼송역 신도시 상가

by 이현덕

[컨설팅 기록 #01] 아버지가 남긴 상가, 아들이 선택한 '콘텐츠' : 삼송역 신도시상가

론드리프로젝트는 '세탁'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맛있는 커피와 함께 즐기며, 도시 생활자들에게 여유와 힐링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2015년 해방촌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단순히 빨래방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세탁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구축하는 자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2월, 유독 여러 건설사와 자산운용사의 방문이 잦았다. 대규모 주거 단지나 상업 시설 내에 생활 밀착형 세탁 공간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문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업이 아닌 개인이 자문을 요청해왔다. 자신의 자산을 단순한 임대 공간이 아닌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일정을 2월 말과 3월 초로 정하고, 삼송역으로 향했다.


20260301_110456.jpg 삼송역 상가들, 여느 신도시 상가들과 차이가 없다.

서울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 그 이후의 이야기

삼송역 인근, 빽빽한 오피스텔 숲 사이 한 상가에서 3시간 동안 긴 대화가 이어졌다. 마치 드라마 <서울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의 한 장면 같았다. 아버님이 분양받아 오랫동안 임대 수익을 관리해오던 공간을 이제 아드님이 직접 운영해보기로 결정한 상황.


가장 최근까지 무인 반려동물 용품점이었던 그곳에, 의뢰인은 '세탁'과 '소품샵'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히고 싶어 했다. 단순히 월세를 받는 '부동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20260301_141329.jpg 반려동물 무인샵으로 쓰이고 있는 상가, 곧 계약종료 예정


숫자를 다루는 재무 전문가가 '빨래방'을 찾는 이유

의뢰인은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분이었다. 현재는 벤처캐피탈에서 회계와 재무를 담당하며 냉철한 숫자를 다루지만, 대학 시절부터 성북구에서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지역 활성화'를 고민해온 뜨거운 마음을 지닌 분이었다.

빈티지 옷을 사랑하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접점에 흥미를 느끼는 그는 이제 아버지가 남긴 자산 위에서 자신의 '취향 비즈니스'를 실험하고자 했다. 이미 수많은 세탁프랜차이즈 업체와 인테리어 사무소를 미팅했지만, 그가 찾는 것은 단순한 기계 설치가 아닌 '공간 플랫폼의 서사'였다.

그것이 론드리프로젝트를 찾고 선택한 이유였다.

(김부장 이야기 드라마에서 김낙수 부장이 분양받은 상가에 골치를 앓다가 스타트업에서 산전수전 겪다가 티셔츠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아들이 들어와 드라마가 끝난다. 그 이후 아들은 성공적으로 사업을 엑시트하고 벤처캐피탈에서 일하게 되는걸까? 드라마의 상황과 의뢰인의 상황이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혹시 의뢰인의 이야기가 아닌지 묻기도 했다. 한국의 시대 상황을 정확히 그려낸 드라마였던 것 같다.)


KakaoTalk_20251001_103915536_18.jpg 아파트 상가에 론드리프로젝트 이스트폴

전문성 있는 운영자가 만드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힘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경험, 그리고 11년간 론드리프로젝트와 로컬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기획회사인 로그램(LOGRAM)을 운영하며 체득한 본질은 명확했다.

전문성 있는 운영자가 만든 '로컬 라이프스타일 기반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건축 환경의 차별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11년 동안 직접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수많은 고객, 브랜드와 쌓아온 이야기들을 쏟아부으며, 삼송역이라는 로컬 맥락 안에 의뢰인의 취향을 어떻게 발현시킬지 치열하게 짚어 나갔다. 론드리프로젝트 창업시 참고하고 방문했던 미국 포틀랜드의 스핀런드리라운지에 대한 글을 쓴 적 있다. 의뢰인은 포틀랜드 스핀런드리라운지에 대한 인상을 깊게 받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https://brunch.co.kr/@hyunducklee/16/likeit

IMG_20160705_121145.jpg 미국 포틀랜드 스핀런드리라운지, 사진-이현덕
_1070133.JPG 미국 포틀랜드 스핀런드리라운지, 사진-이현덕

신도시상가 '세탁'을 통한 지역의 커뮤니티 접점으로

패션과 생활 소품, 그리고 K-뷰티 산업과의 접점을 '세탁'이라는 일상적 행위와 결합하는 일. 그것이 삼송역 주민들의 새로운 커뮤니티 접점으로 피어나길 기대하며 컨설팅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아버님의 시대가 '공간을 빌려주는 시대'였다면, 이제 아드님의 시대는 '공간에 취향과 시간을 담아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여야 한다.


*론드리프로젝트는 오늘도 누군가의 막연한 취향을

손에 잡히는 공간 비즈니스의 언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http://www.laundryproject.co.kr/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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