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가 있는 ㅁㅁ에서 본가인 ㅇㅇ까지 가기 위해서는 ktx가 제일 빠르다. 하지만 나는 무궁화와 새마을을 더 좋아한다. 느리게 가니까 풍경을 더 천천히 감상할 수 있고 대부분의 역들에서 정차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바리바리 짐을 싸 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 들었던 작문 수업은 매주 하나의 글을 써서 과제로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수가 그중 제일 잘 쓴 글을 한 편씩 읽어주었다. 이번주는 저 동기라는 말에 우리 모두가 놀랐었다. 말수도, 교류도 거의 없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동기였는데 글로 담은 그의 생각을 알게 되니까 모두가 신기해했다. 교수가 읽어주는 글을 다들 조용히 듣다가 글이 끝났을 때 자연스레 모두가 다 같이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나도 저 동기와 비슷한 이유로 대중교통을 좋아한다.
첫 번째는 차를 타고 다녔으면 놓쳤을 만한 것을 눈에 담을 수 있다. 70,80년대에 지어진 서울 지하철은 타일로 마감이 되어 있다. 타일 벽화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가 낼 수 없는 진짜 레트로의 미가 느껴져서 좋다. 또, 3호선 지하철 입구의 지붕은 유리 공예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 공예는 유리 조각을 다이아몬드 칼로 자르고, 유리조각의 둘레에 동테이프를 붙인다. 그다음 유리조각을 나란히 붙여두고 이것을 납땜 처리를 해서 이어 붙인다.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들어가다 보면, 유리 조각 사이의 납땜을 종종 자세히 보게 된다. 저 과정을 하나하나씩 손으로 했을 디자이너의 모습이 보이고, 예전에 잠깐 배웠던 유리 공예를 ‘언젠가는 다시 해야지.’하는 다짐도 하게 되고.
세 번째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넓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멀리 가다 보면, 새로운 역 이름들이 보이고,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지도를 켜서 현 위치를 확인하면, ‘아 여기가 ㅁㅁ시이구나, ㅁㅁ시 옆에 ㅇㅇ시가 있구나. ㅁㅁ시는 이런 모습이구나, ㅁㅁ시에서 서울로 가려면, n호선이나 m호선을 타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알게 되는 지역의 범위가 넓어진다.
자차가 생기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계속 타고 다니겠지만, 아직은 이런 이유들로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