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다. (ㄱㅁㅁ의 논란때문에 ㅅㅂ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이젠 방탕한! 취미말고! 건전한! 취미를 하자! 싶어서 독서를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덕후의 덕질로 덕질하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냥 책의 문장 하나 하나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어서 공감을 넘어서 '어떻게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이 책에 그대로 옮겼지?' 싶을 정도였다.
사실 덕질을 하면서 '과연 이 아무런 생산성이 없고 소비만 하는 이 짓을 해야 할까?'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주식, 공모주와 같이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친구들을 볼수록 더 그랬다. 저 친구들은 오히려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돈을 쓰고 있다니.
책에서도, '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덕질을 하고 앉아 있는가라는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보통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철없는 짓'이라서
말하기도 꺼려지고,
보통 학생때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이해해도
나이 들어서까지 연예인을 좋아하는 건 이해 못 해주니까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는데
계속 하는 게 맞나 싶었다.
책에서도
'내가 덕질이라니. 이 나이에...
덕질은 아니 어떤 경험이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들이 닥치는 것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체화되는 거니까.'
'덕질하는 모든 이가 나처럼 각자의 이유로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로 살았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은 젊어서 늙은 사람은 늙어서 좋다며 자신의 덕질을 그렇게 정당화 했으면 좋겠다.'
-너무 너무 위로가 되는 문장이다.
이 책의 작가는 국카스텐의 팬이다.
40대 여성이다.
덕질이라는 것을 전혀 인생에서 넣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40대에 덕질을 하면서 '덕질을 하기엔 많은 나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며 왜 덕질을 하는지, 덕질이 내 인생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철학자의 주장과 함께 설명한다.
Q. 자꾸 병크가 터지고, 암만 봐도 최애가 노답인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보이더라도 인간의 사고와 감정의 행위는 복합적이기에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덕질은 도구였을 뿐이다. 나를 향한 여정에 덕질이 좋은 도구가 된다면 그걸 하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나. 좀 더 나아가기로 했다."
ㄴ 그래! 지금은 개노답 최애를 덕질하는 게 부정적으로 보일지라도, 덕질이란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 답을 찾는 여정이므로 나중에 본다면 나에게 분명 긍정적인 가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Q. 삶에서 자꾸 도피하고 싶어서 덕질을 하게 돼요. 이게 맞을까요?
A1. "인간은 예술과 멀어지면 작은 일에도 훨씬 크게 좌절한다고. 행복을 느낄 촉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ㄴ 아 그니까요. 덕질을 놓으니까 인생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미치겠더라구요. 그쵸!! 행복을 위해선 덕질이 필요하다니까~~
A2. "내 처지와 무관하게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는 곳으로 힘껏 도망치는 것이다. 예술에 기대어 조금 쉬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문이 열리곤 한다."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마치 같은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는 이의 마음으로 충만함을 느낀다. 가장 잘 아는 음악이 주는 가장 큰 안정감을 맛본다."
ㄴ 덕질은 원래 내 인생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하는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
또 혐생에서 엿같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그들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데, '내가 나약한 게 아니구나. 그래도 되는구나. '싶었다.
A3. "덕질은 모두 자신의 불안정한 내적 다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삶 속에서 녹여내고 있다. 지나치게 들여다보고 갈등하지 않고 그것이 주는 에너지를 적절히 활용한다."
ㄴ누구나 내적으로는 불안정하고,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덕질을 사용해도 좋다는 말이 좋았다.
A4. "우리는 천진하게 웃는다. 덕주의 사진 한 장으로도, SNS 한 줄에도, 짧은 기사 하나에도 눈을 반짝인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웃어봤던가."
ㄴ 맞아요. 진짜 엿같은 날이라도 그런 순간들 때문에 엿같음을 잊고
환하게 웃게 돼서 계속 덕질하게 됨.
A5. (왜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덕질이나 하고 있나.) 아니라고, 즐거운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ㄴ 그니까요!!!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이 가장 궁극적 목표가 아니겠어요?!
나는 그걸 따라가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 거다~
Q. 정말 병크가 터져서 괴로워할 나를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요...
A. "삶은 가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싱크홀처럼 무너져 내린다. 움켜쥔 것들이 구멍이 난 손바닥으로 술술 빠져나가 버리는 것을 맥없이 지켜봐야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모든 것이었으므로 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ㄴ'원래 세상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정말 맞는 말인 듯...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나에게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지니까 괴로워하는 것도 맞는 거구나' 싶었다. 그러니 병크가 터져서 괴로워하는 게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
Q. 공연장만 가면, 도파민 치솟고 사람이 훼까닥 돌아버리는 데 이게 맞습니까...?
A1.
데이비드 호킨스, <의식 혁명>에서 "에너지 수준 600~700 사이로 측정되는 미술, 음악, 건축물의 걸작은 일시적으로 관람하는 우리의 의식을 높은 수준으로 데려갈 수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시간적인 것으로,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에너지 수준 600은 평화의 에너지 장으로써 초월 참나와 같은 각성에 이를 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ㄴ과학적으로 공연 에너지가 초월의 각성과 같은 수치라는 게 놀라웠다. 이걸 느끼려고 자꾸 내가 공연을 가나 보다.
A2.
공연을 다시 보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영화나 책은 여러 번 보면 문학적 깊이가 남다르다고 하면서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것은 왜 이상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ㄴ 올콘하는 게 신기한 머글 분들... 이러한 이유때문입니다용~
A3.
덕후들은 올공을 하고 싶어 한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조절하는 것뿐이다. 덕후에게 공연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순간이다. 최애의 움악을 보고 듣는 것만이 아니라 덕메와의 만남, 눈에 익은 덕후들과의 소통, SNS에 넘치는 기대와 후기, 금손들의 사진과 움짤, 그리고 내 형편에 맞는 일정과 비용 조정이라는 막대하고도 중대한 결단력, 덕력을 온전히 체화하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까지, 덕질은 종합예술이다.
ㄴ '공연을 열었다. 끝났다.'라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실제로 행동하면서 무의식으로는 알고 있던 걸
글로 정리된 것을 보니까 확 와 닿았다.#덕메
그냥 이 책에서 덕메에 대한 내용이
걍 내 마음이랑 너무 너무 똑같아서
진짜 웃으면서 읽은 부분들이 많았다ㅋㅋㅋ
(당신들도 분명 공감할 거야ㅋㅋㅋ)
*덕질뿐 아니라 요즘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아낌없이 응원해주고 있는 이들은 랜선 너머의 사람들이다.
ㄴ 진짜 요새 나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게 내 덕메들임. 사랑해액!!!!
*멀리 떨어져 앉아 공연을 봐야 했지만 우리는 긴 카톡질을 통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끈끈하게 이어졌다.
ㄴ 공연 중에 계속 디엠으로 서로 소통하던 게 기억이 났음. "ㅇㅇ이 미쳤어요.. 걍 무대를 압살해버림... 저 지금 최애 ㅇㅇ된 듯..."ㅋㅋㅋ
*어색했다. 카톡에선 십년지기, 실제론 아직 초면 같은 사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덕주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우리는 곧 붕우유신, 혈의 맹세라도 한 듯 친해졌다.
ㄴ 카톡에서는 거업나 말 많다가, 매 달 만날 때마다 처음 한 10분은 어색해 하는 우리가 생각나서 웃겼음ㅋㅋ 2년 넘게 만나면서 '사실 처음 한 10분은 어색하더라구...'를 오픈하게 된 것도 얼마 전인 것도 웃김ㅋㅋ
*평소 가까운 지인과도 팔짱을 낀다거나 스킨십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들을 만나면 돌고래 소리를 내면서 뛰어가 얼싸안고 반가워했다.
ㄴ부산역에서 뛰어오는 권을 보면서 활짝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생각났음ㅋㅋㅋ
*덕친이 아니라면 얼굴 맞댈일이 없는 세대 차이를 가뿐히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온라인으로 만나 오프라인으로 관계가 발전된 것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ㄴ 그니까. 나 솔직히 언니들한테 반말하는 거 되게 어려워하는데,
막내인 내가 걍 친구먹고 '00아~, 당신이~ 아니 자기가~'이러는 거 첨임ㅋㅋㅋ
*덕질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만남이 우선되는 덕질이 되었다.
ㄴ 걍 우리 얘기임. ㅇㅇ.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덕후가 된 순간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그게 무엇이든 하나의 끈만 있으면 우리는 연결된다.
ㄴ 고딩때 친구의 친구와 요새 오지게 카톡하고 같이 공연 보러가고 데뷔일을 같이 챙기는 당신, H가 생각났어!!
* 덕친을 만나고 싶엇떤 것은 과연 그들도 나와 같은 궁금해서엿따. 내가 느낀 지점, 좋아하는 부분을 그들도 똑같이 느끼는지... 막상 만나보니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느껴졌다.
ㄴ ㅇㅇ. 이래서 덕메가 갖고 싶었는데 생기자마자 바로 깨달음.
*어쩌다 탈덕을 하게 되더라도, 이 지구상에 가장 나다운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게 좋은 것이다, 나는.
ㄴ 어. 그래서 "탈덕하더라도 이 모임에서 나간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 같음ㅋㅋㅋ# 덕질을 하면서 인간의 많은 모습들을 이해하게 됐는데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와서 가져왔다.
예를 들어,
인간이 얼마나 다층적 존재인지,
표면을 덮고 있는 이성에 얼마나 자주 구멍이 뚫리는지, 감정적 정체성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로 하여금 이해의 지평선을 넓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문학적인 이야기는 인간의 행위를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것으로 설명하는시도에서 맞서는 싸움입니다.
#덕질이란 나의 자아상을 계속 만들고 고치는 과정.
그(한 철학자)는 자아상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적 민감성을 줄곧 견지하며 자신을 고정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정체성과 자신이 하나의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을 꾸짖는 불안정한 내적 다면성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아상이 가지는 미완성과 부실함을 여유있는 자세로 받아들일 줄 알며 그것을 자유로움의 한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아상을 만들었다가 다시 버리고 고치는 일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한번 만들어진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새롭게 자신을 저검하고 평가하는 쉼 없는 작업을 허용하며, 그 과정 중에 생길 수 있는 불안함을 받아들이고, 숙명적인 것은 없다는 의식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이를 통해 그야말로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게 됩니다.
# 그 외 좋았던 문장
우리의 덕질은 접속이다. 가족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제3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매개체로써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들은 왜 조용필이었고, 나는 왜 국카스텐이었을까.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우연을 통한 것은 신의 영역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자신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있음을 발견하면 된다. 때로는 내 길의 끝이라고 여겨졌던 지평선이 뒤로 훌쩍 물러나 있다. 감사하고 다시 살아내는 일이 우리의 일이다.
덕질은 어쩌면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예술에 반응하는 일차원적인 감정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무엇보다 복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덕질은 이렇게 일상 속으로 은밀하고도 세밀하게 파고든다. 하루하루를 심심하지 않게, 단순하지만 한 번 쯤 웃을 수 있게, 그리고 가끔 삶에 깊은 발자국을 내기도 한다.
책은 이 마지막 문장을 남기며 끝난다.
인생은 가시밭길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한다. 가시밭길 걷는 동안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덕질이건 뭐건 다 하세요. 여러분~
내 마음이 다 할 때까지
어디 한 번 덕질을 해보자고 다짐하게 됐다.
어디까지 가는지...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