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코칭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자격증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코칭을 좀 배워 써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시작했지만 역시나 시험을 보지는 못했다.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실제 코칭실습 시간인 50시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공부하면서 배우고 익혔던 것들은 가슴에 품고 다녔다. 특히,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더 깊이를 더할 때, 직장에서 업무 할 때,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할 때 코칭은 그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 좀 아쉽긴 하다. 끝까지 준비해서 시험이라도 볼 걸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리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당시 함께 공부했던 코치님께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 철썩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 코치님은 자격을 획득하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코치님이셨기에 더 기뻤다. 서로의 안부를 주거니 받거니 묻다가 나의 강원도살이 이야기를 살짝 들려드렸다. 그걸 시작으로 우리의 통화는 30여분이나 지속됐다.
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푹 쉬면서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연신 놀라워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코치님은 늘 퀵, 퀵인 분인 줄 알았는데
지금 목소리에서 여유와 행복감이 묻어 나오네요.
코치님은 이제 슬로 슬로 퀵 퀵을 아시는 분이에요!
** 코칭 이론수업을 마치고 나면 서로에게 코치라 칭해준다.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슬로 슬로 퀵 퀵을 안다고? 지금의 내가 말인가. 나는 너무나 느리고 더뎌서 슬로 슬로 스텝만 밟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춤추듯 리듬을 타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보지 못했다. 실제로 나는 춤을 잘 못 춘다. 내가 추는 춤을 보고 남편은 '제발 그만하라'라고 외쳤을 정도다. 그런데 그 코치님은 내게 그러셨다. 삶에도 속도가 있고, 강약 조절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이제 나는 그 삶을 시작한 것 같다고...
그러고 보면 나의 지난 삶은 단거리 달리기인 줄만 알고 냅다 달리기만 했던 시간이었나 보다. 폭발적인 에너지과 순간 출력이 필요한 단거리 달리기를 잘 뛰지 못한다고 나 스스로를 얼마나 닦달했던가. 어쩌면 나는 장거리 달리기에 더 소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옆에서 뛰니 나도 뛰었다. 누군가 걸으면 내가 더 빨리 뛰려고만 했다. 그게 정답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작정하고 멈췄다. 도시에서 시골로, 회사에서 가정으로, 일 대신 아이의 손을 잡게 되었다.
지금의 삶은 슬로 슬로 퀵 퀵! 그렇다. 지금은 슬로의 삶을 살더라도 곧 퀵 퀵!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 에너지를 비축해 두련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