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년에도 계속
(인제에서) 살 수 있는 거예요?
가능하면 여기서 졸업하고 싶은데...
아니면 3학년 1년 만이라도 안 될까요?
강원도 인제로 시골유학을 떠나온 지 오늘로 100일째 된다. 시골학교에 다니는 아홉 살 아이는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100점 만점에 몇 점이냐고 묻자 1000점이라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안다. 내년에 엄마는 회사로 돌아가야 하고, 자신의 '좋은 시절'은 마감 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아이가 짠하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초등 6년을 마치고 싶어 하더니, 이제는 내년 1년만이라도 이곳에 있고 싶다 말하니까.
시골유학 100일을 뭘로 기념할까 고민하다가 자체적인 만족도 점검을 해볼까 한다. 아이와 엄마의 만족도는 분야와 내용에서 차이가 있을 테다. 이곳에 오기 전, 최소 6개월 최대 1년을 생각하고 왔지만 언제든 중도 포기가 가능한 것이 시골 유학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늘 고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나와 아이의 주관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고 다음 100일간의 평안한 일상을 도모하고자 한다.
주거 만족도
엄마 ★★★
아이 ★★★★★ +
엄마 : 시골집의 특성상 정말 춥다. 원룸 형태라 독립된 공간이 없어 불편하다.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시간, 돈)를 써야 한다. 이웃과의 경계가 없어 사생활 보장이 잘 안 되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느낌이다. 매일 밤 쏟아지는 별과 환한 달빛을 감상할 수 있다. 아파트에 살 때 언제나 바랐던 풍경들이 이곳에서는 매일 펼쳐진다.
아이 : 언제든 이웃집 친구, 동생들과 어울려 놀 수 있어 좋다. 엄마랑 매일 같이 자서 신난다. 집이 춥지 않다. 집 안 어디서든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다. 집 앞까지 학교 스쿨버스가 와서 행복하다. 언제든 집 앞을 산책할 수 있다. 마음껏 뛰어도 잔소리를 듣지 않는다.
관계 만족도
엄마 ★★★★
아이 ★★★★★ +
엄마 :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이웃 간의 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소원했던 아이와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만큼 갈등 상황도 자주 생긴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떨어져 지내는 남은 가족과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지고, 정신적 거리는 가까워진다. (점점 애틋해지는 관계)
아이 : 아빠와 형아가 보고 싶지만, 괜찮다. 이곳 생활이 너무 신나니까! 도시에서는 친구랑 자주 만나서 노는 게 어려웠는데 이곳에서는 매일매일이 신난다. 주말에는 다 같이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떠난다. 내가 진짜 원했던 생활이다. 최고!
생활 만족도
엄마 ★★★
아이 ★★★★★ +
엄마 : 그동안 하지 않았던 살림과 육아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터라 외롭고 지칠 때가 있다. 매일 뭐 해 먹지? 가 최대 고민인 것도 같아 조급해진다.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졌다.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것 같은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씩 단순해져 간다. 복잡한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으니까.
아이 : 학교에 가는 것도 즐겁고, 학교 급식도 맛있다.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도 신난다.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보내는 순간들은 언제나 행복하다. 도대체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결론
아이는 지금 이대로만 하면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But, 엄마는 생각을 좀 줄일 필요가 있겠다.
복잡할 게 뭐 있을까. 어떻게 되어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장착하자!
나름의 셀프 만족도 점검을 해보니 역시 문제는 엄마에게 있었다. 아이는 시골유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는데 머리가 복잡한 엄마는 지금을 살고 있지 못했나 보다. 앞으로의 100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 것 같다. 생각은 줄이고, 더 많이 웃고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아들아, 앞으로의 100일도 잘 부탁해~!
시골유학중인 아홉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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