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아들의 버킷리스트 퍼즐을 엿보다

by 글쓰는 워킹맘
엄마한테 제 버킷리스트 퍼즐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어떠세요?
KakaoTalk_20231202_234029946.jpg 중1 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온 꿈 퍼즐. 나도 만들어보고 싶어 진다.



2주 만에 다시 만난 중1 아들이 작은 퍼즐을 내밀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만든 '버킷리스트 퍼즐'이란다. '요즘 아이들은 재미있는 걸 참 많이 하네'라는 생각이 들 찰나, 유독 내 눈길을 멈추게 하는 말들이 있었다. 1) 이기기, 2) 돈 많이 버는 사람 되기였다. 이런, 현실적인 중학생을 봤나. 아이의 승부욕과 돈에 대한 갈망을 엿봤다.


2010년에 태어난 이 아이는 올해 열네 살. 이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보니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아이는 마술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유튜브로 독학하는 중이다. 마술 도구를 직접 만들기까지 하니 마술 사랑에 진심인 편이다. 그러니 버킷리스트 중 많은 항목들이 마술에 관한 것이다. 꽤 구체적이기도 하고, 현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 마술 도구 제작하기

2. 플래잉 카드 기술 마스터 하기

3. 마술사 도전해 보기

4. 좋아하는 마술사 만나기


5. 카드 수집물품 다 사기


아이는 스포츠 카드 수집가이다. 그래서 카드 수집에 관한 물건을 마음껏 사고 싶은 가보다. 그동안 용돈을 조금씩 모아 관련 물품들을 하나씩 살 수 있었는데, 원하는 건 눈치 보지 않고 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진로에 관한 내용도 있다. 아이는 PR 업무에 관심이 있는 걸까?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엄마와 아빠 영향일 수도 있겠다. 15년 넘게 홍보 부서에서 일했던 나, 그리고 포토그래퍼인 아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반대하겠다. 어떤 회사에 취직하는 게 버킷리스트일 수야 있나. 아들아, 꿈은 크게 가지렴. 그래도 괜찮단다!


6. 방송사 취직하기 (홍보 관련)


7. 갖고 싶은 능력 : 공중 부양


갑자기 공중 부양이라니! 내가 아는 공중 부양은 원한다고 갖기 어려운 거 아닌가?


그게 아니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SNS에서 챌린지로 즐기는 춤 '슬릭백'(Slickback) 아이가 빠져들었다. 슬릭백은 양발을 교차하면서 추는 춤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인다. 아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 춤을 춘다. '엄마, 이거 좀 보시라'며 보여주느라 바쁜 아이는 행복하다.


다만, 소심한 엄마는 그러다 다칠까 봐하지 말라고 말린다. 다 큰 아들인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 춤에 빠져 '공중 부양' 능력을 갖고 싶은가 보다. 웃음이 나면서도 그 마음 지켜주고 싶기도 하다.


8. 여행하기 (일본, 미국)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큰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는 엄마보다 호기심도 많고, 적극적이고, 여행지에서 맛보는 음식에도 호의적이다. 올해 아이와 일본 삿포로와 다카마쓰를 다녀왔는데, 나보다 더 좋아했다. 또, 아이는 스포츠 카드 수집가라 본고장인 미국에도 가보고 싶어 한다. 일본과 미국. 못 갈 건 또 뭐겠나. 새해에는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이뤄볼까나. 여행 좋아하는 엄마도 함께!


9. 이기기 & 돈 많이 버는 사람 되기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던 아이는 버킷리스트에 '이기기'와 '돈 많이 버는 사람 되기'를 적었다. 아이는 얼마나, 무엇을 이기고 싶은 걸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면 만족할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믿는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어쩌면 나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쪽을 좋아하고, 돈을 벌기 위해 엉덩이로 공부했는지도 모르겠다. 10대 때 나는 공부가 좋아서 한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때로는 '잘 져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매번 이기기만 할 수 있으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는 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는 얘기도 건네련다. 아이의 버킷리스트에 감 놔라 배 놔라 토 달지 않아야겠지만.


10. 행복하기


그래, 결국 이거구나. 40대 엄마나 10대 아들이나 결국은 행복하고 싶다. 함께라서 행복하고, 각자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함께 꿈을 꿀 수 있어서 기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 줄 수 있으니 더 감사한 일이다. 아이의 스물네 살, 서른네 살, 마흔네 살에도 엄마는 무한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의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대신, 뒤에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고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는, 그런 엄마가 되겠다.


그나저나 이 퍼즐은 내가 간직하련다. 아이는 무심하게 버리려 한 버킷리스트 퍼즐은 내 품에 들어왔다. 온 가족이 각자 퍼즐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12월이 시작됐으니 새해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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