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나만의 속도를 되찾은' 한 해였다.
왜냐하면 조급했던 걸음을 멈추고, 나와 가족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2023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 1년을 리뷰하고 새해를 시작하기 직전인 오늘. 2023년 한 해 기억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순간 10개를 골랐다. 매년 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분명 해지는 게 있다. 특별할 것 없었던 것 같아도 가장 소중한 순간은 10개 이상 떠오른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은 부정편향에 익숙하다.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그것을 압도한다는 것인데 지난 1년간 좋았던 일보다 아쉽고 속상하고, 힘들었던 일이 먼저 떠오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한다. 소소하게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10번 이상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 우리 가족 첫 삿포로 여행 때 오타루에서 함께 한참이나 걸었던 순간
2. 휴직 전 해외 VIP를 대상으로 직접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감사 인사를 받았던 순간
3. 성과상을 받던 날, 팀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육아휴직을 시작했던 때
4. 남편과 대만 여행하면서 야시장 돌아다니던 때
5. 아이와 강원도 인제의 밤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며 이야기 나누던 순간
6. 인제살이를 하며 느낀 점을 글로 써 공모전에 제출, 장려상을 받아 기뻤던 순간
7. 인제집에서 이른 새벽, 서쪽으로 지던 보름달이 너무나 밝아 한참을 달빛명상했던 순간
8. 온택트 북클럽 올해 마지막 줌 코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9.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치다 갑작스럽게 울컥하여 울었던 순간. (울고 나서 개운해졌다)
10. 유방암 의심 소견이 있어 조직검사 실시, 결과 정상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했던 순간
나는 성격이 급하다. 너무 급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데 능하기까지 하다. 그런 내가 올해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아예 느릿느릿 걷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결정하기 쉽지는 않았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뒤처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모든 이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나만 멈춰서 쉬라고? 처음엔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흘러가며 나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강원도 인제살이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년 전 오늘, 나는 2023년에는 무조건 쉬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겠노라 다짐했다. 꿈은 이뤄졌다. 1년 뒤 오늘 나는 어떤 순간들을 손에 꼽고 있으려나. 2024년에는 지금보다 더 자주 글을 쓰고, 더 많이 글을 읽고, 더 힘껏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서 와, 2024년
환영한다,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