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밥이 뭐예요? 점심은 뭐 먹을까요? 저녁 메뉴는요?
겨울방학을 한 큰 아이가 인제 시골집에 놀러 왔다. 아이는 한껏 들떴다. 학교를 탈출했다는 사실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둘째도 신났다. 매일 투닥거리며 싸워도 형은 형이니까. 나는 밥상 메뉴 고민이 두 배로 늘어났다. 큰 아이는 '먹는 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눈 뜨자마자 큰 아이가 묻는다. 오늘 아침밥이 뭐냐고.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대부분의 일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내게 딱 하나 어려운 일이 밥상 메뉴를 미리 정하고 준비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특히, 아이들이 뭐 먹냐고 물어오면 나는 도망가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지 15년 째인데도 그렇다. 내가 이상한 걸까?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걸까?
나는 먹는 일이 괴롭다.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 어렵다. 출근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이다. 두 아이들에게 아침밥과 저녁밥을 차려주시는 이모님이 계셨고, 그 덕분에 나는 매일 받아야 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나는 먹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언젠가는 하루 세끼를 알약 한 알로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위가 약하고, 소화능력이 좋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게다. 먹는 즐거움보다는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게 속 편한 사람이 바로 나다.
엄마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세요?
뭐든 남이 차려주는 것!
남이 만들어주면 보릿물도 맛있다. 좀 너무하나 싶어도 사실이다. 내가 만든 음식은 별 맛이 없다. SNS에는 요리를 참 쉽고 멋지게 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걸 볼 때마다 좌절한다. 왜 나는 요리를 즐기지 못할까?
모처럼 큰 아이가 놀러 왔지만 가끔 (아니 종종) 외식을 하러 나갈 생각이다. 아이는 일주일간 인제의 시골집 손님이다. 손님 치르듯 아이의 밥상을 고민하고 있는 나의 약한 모습도 인정한다. 매 끼니 7첩 반상으로 차릴 수야 없다. 그럴 실력도, 여유도 없다. 하지만 되도록 깨끗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두 아이들의 밥상을 차려내야 할 것 같다. 요리를 잘 못하는 엄마가 차려낼 수 있는 메뉴도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이다. 가능한 선에서 실력 발휘를 해보겠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쩌면 엄마의 몫일테니까.
겨울방학 두 달은 길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