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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May 29. 2024

다시, 사원증을 꺼냈다

귀하를 2024년 6월 1일 자로 OOO에 복직 발령합니다.



회사 인트라넷에 복직 발령이 떴다. 1년의 멈춤 버튼이 다시 재생되는 날은 6월 1일이나, 주말이라 출근은 6월 3일부터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돌아오는 거냐며 출근하면 밥 먹자, 커피 한 잔 하자는 안부 톡이었다. 나 하나쯤 출근하지 않아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1년 간 잊힌 사람이었던 나. 출근하면 보자는 말이 반갑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까. 풀타임 워킹맘으로 말이다. 


출근 가방을 챙기는 마음이 복잡하다. 1년이나 쉰 적은 없었기 때문에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사무실에서 쓸 물건을 가방에 넣으면서 다시, 사원증도 꺼냈다. 그 사이 나는 한 살을 더 먹고, 1년의 경험을 쌓았는데 사원증은 변함이 없다. 어서 목에 걸어달라 외치는 것도 같아서 웃음이 났다. 한동안 서랍 깊숙이 숨겨뒀기에 먼지가 앉아 있다. 안녕, 오랜만이야. 


출처 : www.pexels.com


사원증의 사진 속 나는 10년이나 어린 모습이다. 입사 때 사진은 중간에 바꿨다. 사원증 실물과 사진이 다른 게 싫었다. 이 회사에서 18년이나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스물일곱 살의 첫날을 이곳에서 시작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두 아이를 낳고 지금껏 키우며 출근을 했다. 내게 사원증은 회사 출입에 필요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이제 사원증을 깨끗이 닦고, 다시 목에 걸 때가 되었다. 휴직하기 전보다 일 경력은 중단되었어도, 인생 경력은 조금 쌓였다. 예전보다는 더 노련하고, 여유롭게 일을 시작해 보자. 지나치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 애썼던 시간에 작별 인사를 하자. 새로운 시간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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