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떠나고 여행할 각오된 자만이 습관의 마비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에서
경칩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나도 이제 그만 깨어나서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만 이대로 멈춰 있고만 싶다. 갱년기라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는 데도, 나는 움직이기가 두렵다. 변화는 나를 바꿀 것이고, 그 변화가 아무리 좋아도, 일단은 지금에 머무르고 싶다. 분명, 예전보다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지금껏 살면서 변하지 않고, 현상유지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는 건 내게 실패나 다름없었다. 예전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 나는, 소심하고 겁 많고, 비겁해진 것 같다. 떠나고 여행해야 할 때가 되었는데도 가방을 꽉 움켜쥐고도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으니 말이다. 움직이고 싶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이때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꺼냈다. 아, 나는 지금 습관에 마비되어 있구나. 습관, 아니 관성의 편안함에 기대어 그 멈춤에 중독된 줄도 모르고 멈춰 서있구나 싶어 서글퍼졌다. 나는 아직, 떠날 각오조차 하지 못했구나 싶어서다.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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