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면도날>
일요일 저녁, 열두 살 작은 아이와 동네를 걸었다. 꽃이 피기 시작한 동네 산책로는 아름답고 고요했다. 주말 내내 의도치 않게 감정 노동을 했고, 그 끝을 보지 못해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웠나 보다.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는 요즘, 우울함을 견디고 이겨내려 애쓴 흔적은 내 표정으로 드러났다. 함께 걷던 아이는 내게 물었다.
엄마,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엄마가 그런 표정으로 계시면 남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말은 나에게서 시작된 것이었다. 아이가 표정이 어두울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을 이제 아이가 내게 돌려주는 것이다. 세상에나, 아이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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