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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26. 2024

민트 향과 맛이 우려 나는 시간, 5분


오늘도 민트 티가 맛있게 우려 나는 5분을 기다렸습니다. 첫 모금에 익숙한 향과 맛이 입안으로 퍼집니다. 아메리카노의 쓴맛에 잠을 깨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민트 티의 시원한 느낌으로 잠을 깨웁니다. 차가 우려 나는 5분을 기다린 덕분에 본연의 맛을 음미했습니다.



어제는 볕이 뜨겁기는 했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는 제법 서늘했었습니다. 해가 넘어갈 즈음에는 그 선선함을 모르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날을 대비해 러닝복과 운동화를 싣고 다녔습니다. 어둑해질 즈음 옷을 갈아입고 호수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산책로와 자전거길에는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목표를 8킬로미터로 설정하고 출발했습니다. 열흘 만이라 덜 무리하려고 목표를 낮게 정했습니다. 그 사이 하체 근력 운동은 틈틈이 해왔습니다. 근육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는지 달리는 거리가 늘어도 덜 힘듭니다. 당연히 달릴수록 숨은 찹니다. 그래도 목표한 게 있으니 참고 달립니다. 숨이 차는 걸 참고 달려야 목표에 닿고 그래야 운동이 됩니다. 힘이 들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저는 참을성이 부족했습니다. 덜렁대고 꼼꼼하지 못합니다. 일에서 일상에서도 그래왔습니다.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는 걸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어딘지 모르게 허술했고 늘 후회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성격을 고치고 싶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느긋한 기다림이 주는 좋았던 기억이나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은 참을성에 대한 연구입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눈앞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말하고 방에서 나갑니다. 잘 참은 아이가 있다면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선택은 아이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잘 참은 아이는 그렇지 못했던 아이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일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처한 환경입니다. 잘 참는 아이는 마시멜로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였습니다. 참지 못했던 아이는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자랐던 것이고요. 이 말은 출발선이 달랐다는 걸 의미합니다. 





민트 티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5분을 기다리면 됩니다. 기다림이라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그 맛에 익숙해집니다. 처음에는 1킬로미터도 못 달렸다가 달리는 횟수가 늘수록 점차 거리도 늘어납니다. 달리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몸도 적응해 가는 것입니다. 마시멜로를 자주 먹어본 경험 있는 아이가 15분을 견디는 게 그렇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기다림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다림은 경험을 통해 차츰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림을 통해 티 본연의 맛,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체력,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게 될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겁니다.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손에 넣게 되는 것이죠.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배를 채우려면 첫 술부터 떠야 하죠.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시작은 누구나 엉성하고 서툴고 실수합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요. 그게 두려워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 경험도 할 수 없는 거죠. 서툰 경험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됩니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나아지는 것처럼 말이죠.


기다림, 참을성은 분명 나를 더 성장시키는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빠른 성공을 바랍니다. 이들을 위해 더 빠른 걸 가르쳐 주는 사람도 많아질 테고요. 겉모습만 빨리 성장했을 때 속은 어떨까요? 커져버린 겉모습을 감당하지 못해 자멸하는 사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바라는 사람 없을 것입니다. 느려도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게 필요합니다. 깊은 맛은 항상 기다림에서 비롯됩니다. 실력도 참을성이 담보해 줄 것이고요.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을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여유가 삶을 더 충만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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