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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22. 2024

오늘도 쓰는 글맛 나는 인생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가치(2)

여러분에게 어제는 어떤 하루였나요? 계획이 틀어져 낭패를 맛봤나요? 고민하던 일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나요? 아니면 실수 때문에 모든 게 꼬였나요? 누구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고,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하루였을 겁니다. 아마도 ‘만족스러운 하루’는 상황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혼자 살 수 없으니 더더욱 그런 일이 생길 테고요. 만약 어떤 영향에도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급 3천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몇 달 동안 했습니다. 워크맨을 갖고 싶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음악을 걸으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장치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MP3입니다. 워크맨을 가지면 버스로 왕복 2시간 등하굣길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당구장에 가자는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달력공장으로 향했습니다. 저와 뜻을 같이한 몇몇 친구와 몇 달간의 노동 끝에 결국 워크맨을 손에 넣었습니다. 수업과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몸은 고됐지만, 꽤 만족스러운 날을 보냈습니다. 학생이니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게 더 가치 있었겠지만, 그때 저는 공부보다 돈벌이를 통해 매일 만족한 날을 보냈었습니다.


안타까운 건 사회생활에서 돈벌이는 고등학생 때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월급쟁이가 되면서 월급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 달을 살려면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했습니다. 일을 하는 건 똑같은데 일을 통해 얻는 만족과 성취는 달랐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돈 버는 기계가 되었다고 할까요?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 해내면 보상이 주어지는 삶입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될수록 하루를 만족해하며 마무리했던 기억도 점차 줄었습니다. 오해 없었으면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한 직장인이라면 아마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낼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기에 20년 넘게 이어온 직장 생활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씀드립니다. 


마흔여덟, 여전히 직장에 다니는 중입니다. 7년째 매일 아침 글 한 편씩 써내면서요. 글만 써서는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월급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째 불편한 동거를 이어오는 중입니다. 이제까지 이 불편한 동거가 가능했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직장은 생계를 책임져 줬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할 줄 아는 게 이일뿐이었습니다. 반대로 글을 쓰면서 재미와 가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의미는 아닙니다. 쓰고 싶은 글 매일 한 편 써내는 걸로 충분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내가 정한 분량만큼 써내는 게 전부입니다. 누구에게 허락이나 검사를 받기 위해 쓰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내 만족에 쓰는 겁니다. 시작부터 잘 쓰지 못했습니다. 글을 잘 못 쓴다고 쓰면 안 된다는 법 없었습니다. 혼자 봐도 그만인 글을 스스로 만족해하며 써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를 위한 글 한 편 써내면 그걸로 만족했고 성취감도 들었습니다. 직장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글을 쓰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정한 무언가에 매일 도전하고 성취하고 그로 인해 만족을 느낀다면 어떨까요?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하루였더라도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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