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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9. 2024

글쓰기, 다른 시간을 살다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가치(1)

#1.

전날 집에 들어오기 전 멈췄던 장면부터 재생했다. 예상대로라면 퇴근길에 마지막 회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편부터 시즌 8까지 다 보는 데 두 달 걸렸다. 누군가 그랬다. 미국 드라마는 한 번 빠지면 손을 놓을 수 없다고. 그 말이 맞았다. 지난 두 달 동안 ‘잭 바우어’(미국 드라마 ‘24시’의 주인공 이름)와 수많은 모험을 동고동락해 왔다. 이제는 그를 보내주고 ‘프리즌 브레이크’를 맞을 차례다. 이미 시즌 2까지 내려받았다. (당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용을 내고 내려받는 게 가능했다) 앞으로 몇 주는 회사 다닐 맛 나겠다.


#2.

8시에 문을 여는 단골 카페에 자리 잡았다. 블로그를 열고 빈 화면과 마주했다. 오는 길에 읽었던 책에 한 구절을 옮겨 적었다. 문장에 의미를 떠올리며 낙서한다. 낙서한 단어를 추려 첫 문장을 쓴다. 대충 정리된 메시지에 맞는 경험을 떠올린다. 경험을 다 적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한다. 40분 걸렸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발행 버튼을 누른다. 어차피 보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나 잘난 맛에 쓰는 글이다. 어쩌다 얻어걸려 조회수 폭발하는 글도 있었다. 이 또한 글 쓰는 재미 중 하나였다. 얼굴도 모르는 수천 명이 내 글을 읽었다는 게 뿌듯할 따름이다. 나에게 주어진 40분을 내 의지에 따라 글을 썼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쓴 글들이 모여 책으로도 출간됐다.


둘 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앞에 이야기는 글을 쓰기 전 일상이었습니다. 내 시간을 의지대로 사용했지만 남는 건 없었습니다. 그저 드라마를 보는 그 순간의 재미가 전부였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7년 전부터 매일 아침 글을 썼습니다. 은퇴 이후 작가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글쓰기를 연습해 왔습니다. 똑같은 출퇴근 시간 그 안을 채우는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작가의 삶이라는 목적이 생기면서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었습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게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단순한 이치인데 마흔셋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중 의지대로 사용하는 시간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을 하시나요? 예전의 저처럼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하시나요? 그것들을 통해 무얼 얻으시나요? 아니면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채워 가시나요? 둘 중 어느 것이 옳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저마다의 가치관과 선택을 따를 뿐입니다. 누구도 어느 한쪽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선택에 따른 결괏값 역시 각자의 몫일 테니까요.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 의지대로 사용한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은 똑같이 주어집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할지는 개개인의 선택입니다. 저는 매일 3시간씩 읽고 쓰기를 선택했고, 그 결과로 작가의 삶을 사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치관에 따라 매일 일정 시간 투자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겁니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 삶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 영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 내가 바라는 대로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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