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특강 안내 - 9월 20일 금요일 21시부터 온라인 줌에서
시작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배우고 시작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일단 시작하고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을 배워가는 겁니다. 어느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순서는 다르지만 결국 기초부터 배우고 익히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둘 중 더 효과적인 방법을 꼽자면 저는 후자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는 순서와 격식을 따지다 보면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변수에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가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경우는 순전히 호기심에서 비롯됩니다. 호기심은 쉽게 싫증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할 동기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이미 성공을 경험한 수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겁니다.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말이죠.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갑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기초부터 배우지 않았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대로 달렸습니다. 서너 달 뒤 몸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무릎이 아프고 발목에 무리가 갔습니다. 달리기 자세를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영상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자세를 고쳐 달렸습니다. 이전보다 한결 수월했습니다. 내친김에 전문 코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받은 뒤부터 달리는 게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는 중입니다.
4년 전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을 때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여러 책을 읽으며 나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았습니다. 3년 전 술을 끊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술을 끊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건강 관련 책을 꾸준히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술을 끊었을 때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건강에 얼마나 도움 되는지 알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흔셋, 그때까지 이직을 위해 자기소개서 쓴 게 전부였습니다. 자기소개서도 잘 쓰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틀에 맞게 빈칸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십 곳에 이력서를 넣어도 면접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조금 더 고민하고 배웠다면 다른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글쓰기 경험이 전무해도 일단 시작했고, 쓰면서 하나씩 배우고 연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겁니다. 만약 글을 쓰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고 단계를 밟아 이수해야 한다면 아마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 경우 야심 차게 시작은 해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편이라 아마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행히도 글쓰기는 정해진 자격도 거쳐야 할 단계도 없습니다. 누구나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뿐 아니라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걸 해도 되나?', '내가 할 수 있을까?', '해본 적 없는 데 가능할까?' 등등. 두려움은 실체가 없습니다.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실체하지 않는 감정에 사로잡혀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합니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나쁜 감정만은 아닙니다. 적당한 두려움은 서두르지 않게 돕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두려움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대신 시작할 용기로 나머지를 채우는 겁니다. 무작정 시작하고 보면 어느 사이 두려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진 그 자리에 이제 호기심과 자신감을 장착해 실력을 키우는 거죠.
글쓰기에 관심 있다면 더 잘 쓰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충분한 동기가 됩니다. 다만 욕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시작은 했지만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힘들고 불편하고 쉽게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 성과가 나길 바라지만 글쓰기는 특히 더 야박한 분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십 년 글을 쓴 이들에게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늘 존재하는 게 글쓰기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시작부터 해야 합니다. 이때 아무런 조건도 자격도 따지 않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걸 얻는 데 한 발 더 다가선 것입니다.
"어떤 일도 과감히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