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를 책상에 던졌지만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던졌다기보다 내려놓았다. 내려놓는 소리라도 김 부장에게 들리길 바랐다.
이틀 동안 야근하며 만든 기획서였다. 다짜고짜 이게 기획서냐며 큰소리부터 친다.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들었다. 첫 장 첫 줄부터 오타를 지적한다. 다음 장에서는 통계가 틀렸다며 소리를 높인다. 페이지를 두 장 넘기더니 손이 멈춘다. 이번에는 합계 맞지 않는다며 씩씩댄다. 마지막 장을 덮더니 이틀 동안 뭐 했냐며 되묻는다. '그야 당신이 시킨 자료 조사하느냐 밤을 새웠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김 과장 이것밖에 안 돼? 다시 작성해." 들릴 듯 말 듯 대답하고 기획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사무실을 나섰다. 빽다방에 들어갔다. 키오스크에서 캐러멜 마키아토 더블샷에 크림을 잔뜩 얹어 주문했다. 크림을 크게 한입 물고 빨대를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남은 크림과 커피의 쓴맛이 어우러진다. 거기에 캐러멀이 더해진다. 단맛이 들어가니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너라도 나를 위로해 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정신이 돌아온다. '그래 김 부장도 같은 월급쟁이다. 그 심정 나라도 이해해 주자.' 키오스크에서 다방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김 부장도 이거 한 잔 마시면 기분이 다시 돌아오겠지.
내 감정을 글로 쓰면 나를 이해하게 됩니다. 감정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화가 날 때 화가 났다고 쓰는 게 맞을까요? 짜증이 났을 때 짜증이 났고 쓰는 걸까요? 화난 감정은 당사자 밖에 모릅니다. 독자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 이상 왜 화가 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화가 난 감정을 어떻게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화가 난 상황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앞에 적은 내용도 직장에 겪는 상황입니다. 김 과장은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김 부장 태도에 화도 나고, 자신 실수에 얼굴도 화끈거리고,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화를 삭이는 모습도 보이고, 같은 처지의 김 부장을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내용 중에 김 과장과 김 부장의 감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되나요? 상황을 보이는 그대로 묘사해 썼을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감정을 묘사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자신의 감정을 정의해 버립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났다. 어제 동료 때문에 짜증이 났다. 되는 일이 없어서 힘이 빠진다. 남편 때문에 화병이 날것 같다.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글 쓰는 사람이 정의해 버리면 독자가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독자의 몫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가 겪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번 특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립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특강은 아래 신청서 작성해 주시면 무료로 참석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