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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11. 2024

글감 걱정 없는 오감 활용 글쓰기


월요일 빼빼로 데이, 어김없이 스타벅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은 벌써 크리스마스입니다. 매장에 흐르는 노래가 전부 캐럴입니다. 잔잔한 분위기부터 통통 튀는 비트까지 장르도 다양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마음은 이미 크리스마스를 맞은 것 같습니다. 출근은 싫지만, 음악으로나마 처진 기분을 띄워봅니다.


오늘도 모기 한 마리가 주변에서 알짱댑니다. 생김새로 보아 피를 빨아먹는 놈인 것 같습니다. 귀 옆으로 눈앞으로 목뒤로 쉼 없이 날아다닙니다. 그런 탓에 화면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네 까짓 놈에게 지지 않는다'라고 오기로라도 써 내려갈 작정입니다.   





음악은 귀로 듣습니다. 눈은 모기를 쫓습니다. 입으로는 따뜻한 민트 티를 마십니다. 차향과 주변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손으로는 계속해서 자판을 두드립니다. 글 한 편 쓰는 동안 오감이 쉴 새 없이 작동하는 중입니다. 오감이 작동하기 때문에 글도 쓰고 차도 마시고 모기와도 신경전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까지 가는 길에 가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아저씨를 봅니다. 지팡이 끝 촉감에 의지해 인도를 따라 걷습니다. 계단도 지팡이로 두드려 확인합니다. 지하철역 입구와 에스컬레이터 위치 또한 지팡이로 알아차립니다. 1분도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지켜보는 저는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불안은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걷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입니다. 제법 긴 시간 암흑에 익숙해져 왔다면 길을 걷는 게 저만큼 익숙하고 편할 수 있습니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동원한다면 말이죠.


글감을 고민하는 사람 많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글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널린 게 글감이라고 가르치지만 막상 빈 화면을 마주하면 시작이 두렵습니다. 다행히 7년째 매일 쓴 걸 보면 글감은 어떻게든 건져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오감도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장면에서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귀에 들리는 음악을 소재로 썼습니다. 다른 날은 코로 전해지는 향기가 주제가 되었습니다. 한날은 전날 먹은 집 밥맛을 묘사하기도 했고요. 미리 정해놓은 주제가 없을 땐 오감이 동원돼 꾸역꾸역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주제로만 글을 쓰려니 글감이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이왕이면 있어 보이고 도움이 될 내용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시간이 더 가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매번 양질의 글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니까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도 변함없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 순간에 작동하는 나의 오감입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지는 모든 게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자체를 글감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게 글감이라고 여기면서요. 있는 그대로 쓰면 못 쓸 게 없습니다.


매장에 다른 손님이 있어서 인지 모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귀에는 여전히 캐럴이 들립니다. 한 번 더 우려낸 민트를 홀짝이는 중입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니 냄새는 여전합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제법 가벼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도 이렇게 글 한 편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오감을 글감으로 쓰면서 말이죠.


한 주의 시작입니다. 이번 주는 오감 중 하나씩 선택해 매일 한 편씩 써보는 건 어떨까요? 각각의 감각에 집중해 보면 분명 이전과 다르게 보일 겁니다. 또 제법 근사한 글감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 소소한 것들로 일상이 충만해지는 더없이 근사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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