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부모 공부 강연회 깜짝 이벤트 진행 중
“선생님, ‘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 아닌가요?”
수도권 고등학교의 한 영어 교사는 최근 고교 3학년 수업에서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 ‘완강하다’가 ‘완전 강하다’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는 학생들은 생소한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모색한다’는 ‘색깔을 따라 칠한다’는 뜻인가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이 교사는 “내가 영어 교사인지 국어 교사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 서울신문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에 연말 모임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는 부탁에도 회신하지 않는 친구가 여럿입니다. 순순히 참석하겠다는 친구가 있는 반면 다른 날로 옮기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모임을 28년째 운영해 오는 동안 정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날짜는 한 번 정하면 옮기지 말자입니다. 이미 통보를 했기 때문에 오려고 작정한 친구와 오지 못하는 친구로 나뉜 상태입니다. 이때 날짜를 옮기면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어도 오려고 했던 친구들 중 일부가 못 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저는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에게 단호하게 네 글자를 적었습니다. '낙장 불입', 한 번 내뱉은 말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의미로 말이죠. 잠시 뒤 다른 친구가 한 마디 합니다. "네이버에 '낙장 불입'검색하는 거 나뿐인가?" 제 생각에 이 친구는 문해력이 아닌 기억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50을 바라보는 요즘 저도 순간 기억이 나지 않는 단어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하니까요.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문해력에서는 나이도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시기에는 문해력은 고사하고 할 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어쩌면 어른도 아이도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지금 그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더 배운 어른들조차도 수많은 영상 콘텐츠에 의해 점점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해력 저하는 초등학생부터 발견된다. 조기 교육으로 한글을 뗀 덕에 글자는 술술 읽지만 단어와 문장의 뜻을 파악하지 못한다. 김민중 대구 월배초 교사는 “고학년이 북한 이탈 주민에서 ‘이탈’의 뜻을 모른다든지 지진이나 홍수는 알아도 ‘재난’ 같은 상의어나 포괄어를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했다. ‘같이’를 ‘가치’로 쓰는 등 비교적 쉬운 맞춤법을 틀리거나 문장 주술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학년도 쉽게 볼 수 있다.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 서울 신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있습니다. 바른 언어 습관을 일찍 들이면 평생 그렇게 살고, 그렇지 않으며 정반대의 삶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세 살 때 들인 언어 습관도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얼마 못 가는 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나이 들수록 더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영영 그런 습관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될 거라고 우려합니다.
우리 아이의 바른 언어, 올바른 문해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살을 맞대고 사는 부모로부터 이어받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듯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되었듯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게 기정사실입니다. 안타까운 건 부모들조차도 문해력 부족의 문제를 안고 산다는 겁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어느 누구도 스마트폰으로 야기되는 현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가끔 초등학교 5학년 둘째 딸 수학 문제를 풀 때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면 프랑스에서 왜 일찍부터 책을 읽히고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시키는지 이해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수학자 중 프랑스 출신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생각하는 힘을 먼저 키운다고 알려졌습니다.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훈련인 것이죠.
우리도 늦은 감은 있지만 인문학 교육을 시도하는 학교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독서를 통해 문해력은 물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죠. 아이들의 성적을 위해 국영수 학원에 다니는 것도 필요합니다. 입시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보다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건 문해력과 사고력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죠. 그래야 정말 기초가 튼튼한 성적을 받을 것입니다.
독서 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의 부족도 한 원인이다. 일기 쓰기가 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나온 이후 주제 글쓰기 등 다른 방식의 교육을 도입하거나 독서 활동을 만든 학교들도 적지 않다. 안연규 구미 선산고 국어 교사는 “최근 문해력이 주목받자 문해력 문제를 푸는 기술을 연습하는 사교육도 생겼다”며 “학교에서 오래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 서울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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