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똑같은 행위를 반복할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식적인 반복이 하나이고,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게 다른 하나입니다. 무의식은 본능적인 겁니다. 먹고 자고 싸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행위들인 것이죠. 더 나은 것에 대한 기대는 의식이 동반됩니다.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고, 더 큰 집을 사고, 더 최신의 차를 타려는, 일종의 욕망이죠.
의식이 동반된 욕망의 결과는 어떨까요? 장담컨대 만족해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러면 불만족이 인류를 발전시켜 왔을 겁니다. 앞으로의 삶이 더 나아지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무언가를 못마땅하게 여겨 새롭고 더 편리하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죠.
인류 발전 과정이 순탄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살을 도려내고 피를 토해내고 노화를 앞당기는 고통의 연속입니다. 그러다 하나씩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은 이전의 고통을 지우기에 충분한 보상으로 이어집니다. 이 맛에 실패도 기꺼이 감수해 왔습니다.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죠. 한편으로 중독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삶을 내던질 만큼 가치 있는 도전인 것이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도전만이 추앙받아야 할까요? 물론 그만큼 더 가치 있고 더 큰 고통이 따르기에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그만한 깜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반대로 깜냥을 갖지 못한 사람의 도전은 무시당해도 된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사람은 다 저마다의 그릇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서 어제 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과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을 바라든 고통은 따르고 이를 이겨냈을 때 훈장처럼 더 나은 삶을 얻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실패도 맛봅니다. 원하는 걸 한 번에 손에 쥐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설령 얻었어도 또 다른 욕심이 생기는 게 본능이라고 앞에서 말했습니다. 결국, 실패에 의연해질 때 다음 도전으로 이어지고 자신의 삶도 점차 나아진다는 의미이죠.
내 글이 나아지는 과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건 본능이자 욕망입니다. 쓰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겠지만, 쓰기로 작정했다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능과 욕망은 실패에 눈을 돌립니다.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한 번의 실패가 전부인 양 자신의 노력을 깎아내립니다. 타인의 줏대 없는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그럴 가치 없는데 말이죠.
"오늘도 글 한 편 근사하게 조졌다." 조졌다고 쓰지 않으면 거기까지입니다. 조져도 다시 쓰면 어제 쓴 글 보다 조금은 나아지겠죠. 실패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실패를 인정하는 겁니다. 그래야 다음 기회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쓴 글에 취하면 이성은 마비됩니다. 취해서 이성이 마비되면 부모님도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숱하게 만취해 봤기에 깨닫게 된 거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으세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더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과 매일 실패를 반복하는 겁니다. 읽지 않으면서 실패만 반복하면 비가 오지 않는 땅이 말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매일 읽으면서 실패를 반복하면 마르지 않는 샘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둘 중 어느 곳이 살기 더 좋을까요? 본능은 압니다. 굳이 살아보지 않아도 어디가 더 좋은 곳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