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막막할 때 습관이 나를 만들었다."
하루는 수많은 습관의 연속입니다. 이 습관 중 무의식에 나오는 게 80퍼센트 이상입니다. 잠에서 깨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가고, 머리 감을 때 눈 감고, 바지 입을 때 오른발부터 넣고, 밥 먹을 때 젓가락부터 사용하고, 걸음걸이, 눈 깜빡임, 손가락 마디 꺾기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복하는 습관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습관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것들이죠. 문제는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습관들입니다.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30분 동안 무엇을 할지, 집에 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무엇을 할지, 약속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할지. 선택이 필요한 순간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는 것들도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습관들은 어쩌면 삶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없었습니다. 공부는 시험 보기 며칠 전 반짝했고, 숙제가 있을 때만 책을 폈습니다. 남는 시간은 TV를 보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놓았습니다. 혼자 있을 땐 몽상에 빠지거나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는 게 전부였습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가치 있는 건지 고민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니 학교 성적은 늘 중간이었고, 목표가 분명한 도전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투명한 물처럼 색깔 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의미 없는 습관이 반복된 결과는 내일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 노릇을 하면서 이런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나를 비롯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는 나이가 들수록 더 무거웠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눈치가 빨랐다면 30대에 변화를 전제로 도전을 감행했을지 모릅니다. 불행히도 눈치가 없던 탓에 이마저도 때를 놓쳤습니다. 어영부영 나이만 먹었습니다. 마흔을 넘기고부터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은 피부로 파고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낼수록 통증이 더해졌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눈치는 없었지만 동물적인 촉은 살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만난 건 계산되지 않은 촉이 작동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니 별다른 목표나 기대 없이도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몇 달 사이 붙임을 겪었지만 이 또한 촉을 따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서서히 촉이 아닌 확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습관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독서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독서량은 시간의 양과도 비례합니다. 내 시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책 읽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이는 의지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습관이 절대적입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습관으로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적게는 21일, 평균적으로 66일을 필요로 합니다. 이 시간 동안 반복해 내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독서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40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책을 읽은 시간보다 읽지 않았던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니 독서 습관을 갖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여겼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지난 8년 동안 매일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습관 덕분입니다. 습관이 아니고서는 8년, 1,500권 독서를 설명할 근거가 없습니다. 블로그와 이번에 출간한 <인생이 막막할 때 책을 만났다>에도 어떻게 습관처럼 읽었는지 수없이 적었습니다. 독서 습관의 핵심은 시간 관리입니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틈틈이, 꾸준히 이 두 단어가 전부입니다. 40년 넘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TV 보기, 멍 때리기, 목적 없이 싸돌아다녔던 시간에 책을 읽었습니다. 의미 없이 버려졌던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20년째 직장인으로 살아보니 이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게 없습니다.
습관은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반복해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 하나이고,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며 생긴 고정된 반응 양식'이 다른 하나입니다. 전자는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제가 독서 습관을 만든 것처럼 학습된 행위를 통해 고정된 반응을 말합니다. 이 말은 어떤 습관이든 반복을 통해 얼마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엇을 원하든 바라는 대로 된다는 말이죠. 단, 틈틈이 꾸준히 반복할 수 있다면요.
습관을 갖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틈틈이 꾸준히 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주변 상황은 내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죠. 저마다의 변수를 극복해 내는 건 마치 게임에서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일상에서 꾸준히 와 틈틈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비트코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실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인 거죠.
잠에서 깨 이불 밖으로 나와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 욕실에 들어갔습니다. 소변을 보고 면도 후 양치하고 샤워했습니다.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재고 작은방에서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젖은 수건과 속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유산균 두 알과 영양제를 먹었습니다. 일기장을 꺼내 일기를 썼고 출근할 때 들을 오디오북을 다운로드했습니다. 시동을 켜고 오디오북을 실행시켰습니다. 회사에 도착해 주차해 놓고 7시에 문을 여는 스타벅스에서 민트 티 한 잔과 요거트를 주문해 자리 잡고 이렇게 글을 한 편 써내려 왔습니다.
앞에 나열한 행위 중 무의식과 의식적인 습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산균(영양제) 먹기, 일기 쓰기, 오디오북 듣기, 글 한 편 쓰는 건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적어도 8년 전 저에게는 없었던 습관이었죠. 그 외는 행동이 조금 달라졌어도 이제까지 숱하게 반복해 온 무의식 습관들입니다. 여러분도 매일 반복하는 그런 습관들이죠.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의 하루가 어떤 습관으로 만들어지는지를요. 그리고 내 인생을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습관이 필요한 지를요. 어떤 습관이 필요한 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 독서부터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틈틈이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꼭 필요한 습관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인생이 막막할 때 독서 습관 덕분에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