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전전하던 생활을 청산한 지 두 달째입니다. 공유 오피스는 언제든 쾌적한 공간에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트북 전원 꽂을 자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게 안정감을 갖게 합니다. 무엇보다 의지와 상관없는 카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공유 오피스는 저마다 목적을 갖고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저 또한 내 일을 위해 이곳에 자리 잡았고요.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건 장점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서로의 일을 존중해 준달까요? 어떤 면에서 무관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저는 하나의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한 공간 안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겁니다. 카페처럼 주변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 대화로 시끄러운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물론 카페는 그러려고 가는 곳이기는 하지만요.
연휴 마지막 날에도 6시에 집에서 나왔습니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기분으로요. 당연히 억지로 끌려가는 심정으로 출근하지 않았지요. 내 일을 하기 위해 내 발로 당당하게 출근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하루를 내 의지대로 살 수 있으면 그게 곧 내 일을 위한 기본을 갖춘 게 아닐까?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는 게 온전히 나로 사는 시작일 테니까요.
퇴직을 하면 생활 방식에 변화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때 어떻게 하루를 사느냐에 따라 두 번째 인생도 연착륙이 가능할 테고요. 그러기 위해 퇴직 전부터 이전과 다른 생활 방식에 적응해 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자기만의 루틴을 갖는 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재정의 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이죠.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올바로 알기 위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야 두 번째 인생에서만큼은 시행착오를 줄 일 수 있을 테니까요. 허둥지둥 시간만 낭비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난 7년 동안 카페를 전전해 오다 두 달 전 공유 오피스에 자리를 잡게 된 건 나를 좀 더 객관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객관화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못 하는지 알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하게 바라보는 겁니다. 한 마디로 스스로를 타인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2018년 첫날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읽는 행위를 통해 어떤 아웃풋을 내느냐에 따라 '나'라는 정체성이 정해집니다. 저는 그전까지 뚜렷한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일을 15년 넘게 했지만 나를 정의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책을 통해 배우며 나를 다시 정의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어도 두 번 시행착오는 없다는 각오였지요.
대화가 서툰 단점 대신 글로 소통하는 장점이 있다고 나를 재정의 한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강점 혁명>을 출간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살아오는 동안 여러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이 단점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고, 이런 단점을 다시 재정의했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니 어떻게 고쳐야 할지 보였습니다. 글로 소통하는 방법으로 책까지 출간하게 됩니다.
서른 살에 취업해 마흔두 살까지 아홉 번 이직했습니다. 더는 직장을 옮겨 다니는 직장인 말고 내 일을 하는 직업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변화가 절실할 때 책을 만났고 독서를 통해 방법을 배웠습니다. 고대 철학에서 찾은 답은 인식-행동-지속 3단계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도전을 했고 여전히 시도 중입니다. 이제까지의 과정을 <직장 노예>에 정리해 출간했습니다. 책을 써 내가 누구인지 보여줬습니다.
세 번째 개인 저서 <인생이 막막할 때 책을 만났다>는 7년간의 독서 기록입니다. 마흔이 넘도록 책을 읽지 않았던 저가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정리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7년을 한결같이 살아야 했습니다. 적어도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책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지난 7년 동안 어떤 변화와 성장을 해왔는지 이제까지 제가 쓴 책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하나의 주제로 한 권씩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 보였습니다. 한 권씩 쓸 때마다 나를 객관화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하나씩 정리된 내용을 통해 내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보여줬습니다.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건 곧 나를 브랜딩 하는 겁니다. 내가 곧 상품인 거죠.
나이를 떠나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불안을 해소해 줄 가장 현명한 길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찾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선택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선택에 앞서 자신을 냉정하게 재정의해 보는 건 어떨까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면 어느 정도 선명해지지 않을까요? 이때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책 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책을 쓰며 얻는 효과는 저마다 다를 겁니다. 저처럼 카페를 전전하다 7년 만에 공유 오피스에 자리 잡을 수도 있고, 누구는 몇 개월 만에 평생 직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재정의할 때 나를 올바로 보게 됩니다. 내가 나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내가 가진 역량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책 쓰기의 효과이지요.
우리는 어쩌면 평생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삽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말이죠. 두 번째 인생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새로운 길이 보일 것입니다. 남은 인생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나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고요. 여러분은 어떤 인생을 준비 중인가요? 그 인생을 위해 자신을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 보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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