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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기대사이

by 김형준

글을 쓰기 위해 백지를 마주하면 두 가지 감정이 듭니다. 불안과 기대입니다.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한 편을 완성해 낼 수 있을까? 이 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응할까? 와 같은 불안이 따라옵니다. 불안 때문에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기도 하죠. 반대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 불안 대신 기대가 서서히 자랍니다. 비었던 화면에 글자가 채워질수록 완성에 대한 기대, 이 글 독자의 반응,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어쩌면 이 두 감정 덕분에 백지를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을 잊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두 가지 감정이 듭니다. 불안과 기대이지요. 철저히 계획을 세워도 변수가 생기는 게 여행입니다. 계획 없이 떠났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도 있지요.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건 만에 하나 있을 불안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계획 없이 떠날 땐 불안하기는 해도 뜻밖의 상황과 마주할 기대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불안도 기대도 결국에는 여행을 떠나야만 마주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이 두 감정 덕분에 여행이 주는 진정한 참맛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불안과 기대는 원동력입니다. 원동력은 "어떤 움직임의 근본이 되는 힘"이라고 정의합니다. 불안과 기대 덕분에 빈 종이를 채우게 되고, 잊지 못할 여행을 경험하게 되죠. 글쓰기와 여행뿐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변화와 성장에도 불안과 기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변화와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꾸준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불안과 기대일 것입니다.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결국 현재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합니다. 기대한다고 바라는 내일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죠. 바라는 대로 내일을 살려면 우선 오늘부터 잘 살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불안의 연속입니다. 다음 순간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지금'뿐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지금에 집중하면 다가올 불안도 서서히 옅어질 것입니다. 현재가 만족스럽다면 불투명한 다음 순간에도 얼마든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순간이 쌓여 결국 오늘을 잘 살게 해 줄 테니까요.


불안 때문에 글을 쓰지 않으면 독자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기대만 해서도 글이 써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죠. 이때 필요한 게 '지피지기'입니다.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죠.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쓸 말이 없거나, 쓸 말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거죠. 두 경우 다 모르기 때문에 불안이 생기는 겁니다. 반대라면 빈 종이를 채우는 건 어렵지 않겠죠.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불안해하는 게 무엇인지 알면 배우게 되고, 배우면 자신감이 붙고, 자신감으로 불안을 이겨냅니다.


배움을 원동력으로 불안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배움의 의미도 짚어봐야 합니다. 안다는 건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술이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 줄이거나 끊어야 합니다. 일기 쓰는 게 삶을 풍족하게 해 준다면 꾸준히 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족 간의 대화가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준다면 수시로 시도해야 합니다. 술을 끊고 일기를 쓰고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합니다. 아는 대로 행동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일에는 불안과 기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불안은 행동을 가로막습니다. 결과를 낙관하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실패를 부르기도 하지요. 이때 필요한 건 불안과 기대를 원동력으로 삼는 겁니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나와 상대에 대해 배웁니다. 배울수록 자신감이 붙기 마련입니다. 자신감은 기대로 이어집니다. 이때 기대는 막연함이 아닌 구체적인 기대일 것입니다. 목적지까지 경로를 분명히 파악했을 때의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어떤 소재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지 명확하면 수월하게 쓸 수 있습니다.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죠. 물론 알려면 배워야 합니다. 글감을 어디서 찾고 메시지를 어떻게 정리할지 배우면 글 한 편 쓰는 게 막막하지 않겠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불안감은 결국 모르는 걸 배워야겠다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행동을 통해서만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불안을 원동력으로 삼을 때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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