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있길 바라며

[가족]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by 김형준

“예쁜 하늘, 예쁜 딸과 달달한 데이트~낭만적입니다. 아빠의 글을 보며 딸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존경하고 애정하는 이웃인 ‘해나경’님이 제 글에 달아준 댓글입니다. 마지막 문장에 눈이 멈춥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가족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아니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에게 내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속내를 드러냈을 때 아직 어린데 나를 이해해줄까 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그래도 글을 쓰는 목적은 지금의 내 생각을 담아두고자 하는 겁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기록해 두려는 겁니다. 온전히 나를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웃님의 한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자라날 아이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몇 권의 책을 봤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두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또, 한성희 박사님의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서 딸이자 엄마로 살았던 세월 속에서 얻은 지혜를 묶어 편지로 남겼습니다. 일본의 마스다 에이지 작가는 『노력은 외롭지 않아』에서 자신의 삶에서 ‘노력’이 어떤 의미인지 글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이들은 책에서 부모로써의 삶이 어떠했는지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부모로 살면서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없을 겁니다. 놓치는 순간만큼 아이는 커가고 있을 겁니다. 몸도 자라고 생각도 성장할 겁니다. 어느 순간엔 부모의 품을 부담스러워 할 겁니다. 생각이 부딪히고, 때론 오해가 생기고, 때론 실망하기도 하고, 때론 원치 않는 싸움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어긋나게 될 겁니다. 어긋남이 잦아질수록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긋난 관계가 회복되면서 더 단단해지며 바랄게 없겠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안 될 겁니다. 이때 필요한 게 서로에게 솔직해 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게 가장 쉽고 현명한 방법임을 알 겁니다. 하지만 솔직해 지면 지는 거다 라며 자존심을 앞세웁니다. 부모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관계는 더 힘들어질 겁니다. ‘남보다 못한 게 가족이다’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닐 겁니다. 서로를 가장 잘 안다는 착각 아닌 착각으로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잦은 다툼으로 이마저도 기대하긴 힘들어 집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성장기를 거치고 사춘기를 지나며 겪게 되는 보통의 과정일 겁니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거치며 독립 된 자아로 거듭난다고 합니다. 부모의 인정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정받고 이해 받을수록 자아 존중감도 높아질 겁니다. 그런 아이는 사춘기의 풍랑이 걷히면 이전 보다 더 단단해져 부모 곁으로 돌아 올 겁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아이는 풍랑에 스스로 몸을 던지며 부모에게서 더 멀어지려고 할 겁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덜 여문 아이들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해 주는 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안 될 겁니다. 제가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건 앞으로 겪을 이런 시기를 좀 더 현명하게 지나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부족한 자질을 책을 통해 배우고, 날뛸 것 같은 제 감정을 글을 통해 다 잡아 보려는 겁니다. 지금 당장 아이와 소통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이해와 인정이 바탕이 될 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흔히 자식을 키우는 걸 농사에 비교하곤 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도 뜻하지 않는 일로 모든 걸 망칠 수 있는 게 농사일겁니다. 마찬가지로 자식에 온 정성을 쏟아도 일순간 어긋날 수 있는 게 아이와의 관계일 겁니다. 어떤 이유로 농사를 망친다 해도 농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자식도 어떤 이유로 어긋 난다해도 부모라면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에 미리부터 좋은 관계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부모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질 필요가 있고, 아이도 부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 서로에게 솔직해 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이 글을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때 읽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것 달라질 겁니다. 부모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스치는 잠깐의 단상으로 여기고 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솔직히 담아내기 위해 쓴 글을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마음의 벽이 안 생길 수 있다면 이보 다 좋을 순 없을 거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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