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오늘도 8시 정각 카페로 출근했습니다. 출근부 같은 방명록 첫 줄에 연락처를 남깁니다. 직원 분은 당연하다는 듯 어제도 먹었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계산대 위에 카드를 돌려줍니다. 당연히 결제 문자가 올 줄 알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몇 초가 지나도 문자가 안 옵니다. 의아해 물어봤습니다.
“오늘은 서비스에요.”
“아..네.. 감사합니다.”
출근 전 이곳에 들른 게 3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주5일 같은 시간 같은 음료를 시켜 50분정도 글을 쓰고 갑니다. 늘 반복되는 행동 탓에 안면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음씨 좋은 직원 덕분에 별일 없던 아침이 특별하게 바뀌었습니다.
실은 어제부터 기분이 살짝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퇴근길에 들른 중고서점도 허탕치고 나왔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지 않았고, 눈이 가는 책도 없었습니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습니다. 퇴근을 반기는 큰 아이는 낮에 배송 받은 BTS앨범을 자랑 합니다. 지난 일요일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르던 걸 제가 대신 사줬습니다. 그날 바로 주문을 넣으니 어제 오전에 딸의 손에 도착했습니다. 신난다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좋겠다고 간단히 반응했습니다. 사실 좀 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큰 딸은 살가운 편이 아닙니다. 작은 딸은 먹을 게 있으면 꼭 엄마 아빠에게 한 입씩 나누어 주지만 큰 딸은 자기 입으로 먼저 갑니다. 둘이 비교를 하자면 이렇다고 단적인 사례를 말씀드린 겁니다. 그게 큰 딸의 성격이라 생각합니다. 둘을 가만히 놓고 보면 그렇게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지 않습니다. 10번 중 한두 번 그러는 걸 일반화시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입니다. 그냥 그런 성향이 있구나 생각합니다. 살갑지 못한 성격을 알기에 고마운 표현도 잘 안 한다는 걸압니다. 그래도 어제 같은 경우는 내심 ‘고마워요 아빠’ 라는 표현을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공치사를 받겠다고 사준 건 아닙니다. BTS를 너무 좋아하는 걸 알고, 또 난생 처음 그런 걸 가질 때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왕에 제가 사준다면 큰 딸도 아빠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나름의 소통이라 생각했습니다. 앨범 하나 사주면서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고 소통이니 뭐니 하는 게 서로에게 부담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꼰대 of 꼰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아이 입에서가 아닌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제 성격을 닮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족에겐 좀 차가운 편이었습니다. 사춘기 이후 부모님과 형제에게 살갑지 못했습니다. 외딴 섬에 혼자 사는 것처럼 겉 돌았습니다. 그랬던 제 행동이 저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굳어져 버렸는지 행동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살던 대로 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두 딸을 얻고 나서 내심 기대했던 게 있었습니다. 거리감 없이 살갑게 지내는 겁니다.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다정한 부녀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어려서부터 서로 허물없이 지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제일 필요한 건 성장과정에 거리감이 없어야 할 겁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지 않도록 소소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아빠로써 대범하게 행동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먼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스스로 공치사를 하며 아이의 반응을 살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런 방법이 통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물며 가족 간 벽이 없는 소통을 위한 노력은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를 향한 노력과 진심이 가 닿을 때 살가운 부녀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