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은 치킨이지~

[월급]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by 김형준



월급날이다. 때마침 메일로 월급님이 실체를 드러낸다. 급여명세서다. 아주 잠시 스치는 짧은 인연이지만 더 없이 소중하다. 실체를 알기 위해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 짧은 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다음을 기약하며 속절없이 떠나 버린다. 가지 말라 고 매달려도 냉정하게 돌아선다.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제 갈 길 간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다. 다시 올 걸 알기에 미련은 남지만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길 십 수 년 째 이어오고 있다. 사람끼리 이정도 인연을 쌓았으면 서로에 대해 웬만큼 이해하게 된다. 월급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부족하고 미련이 남고 애뜻하기만하다. 때로는 한 없이 좋을 때도 있다. 보너스 라도 달고 들어오는 달은 맨발로 마중 나간다.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 매달 달고 오면 좋겠지만 어쩌다 한 번이기에 더 좋을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 한다. 월급은 아무리 좋아도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월급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절제가 필요하다. 이를 어기고 미련에 치근덕대면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미련이란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는 거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 무절제는 월급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야근하고, 야근하고, 또 야근하고, 욕먹고, 욕먹고, 또 욕먹으며 버틴 한 달이 무색해진다. 고생하고 내 몸 아프며 낳은 게 월급이라면, 무절제와 과소비가 낳은 배 다른 자식이 대출이다. 둘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과소비의 달달한 맛에 빠지면 월급은 시야에서 멀어진다, 소외 받은 월급은 초라해진다. 월급의 소중함이 잊혀 진다. 설움을 받아도 월급은 끝까지 버틴다. 월급은 알고 있다. 결국 돌아올 거라는 걸. 경험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출, 카드빚의 늪. 여기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월급뿐이다. 안정된 월급만이 대출의 늪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 손길이다.

카드 돌려막기를 할 때가 있었다. 돌려막기는 말 그대로 돌려막는 것뿐이다. 빚은 절대 줄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소비를 줄이고(카드를 없애고) 저축할 돈(빚 갚을 돈)을 제외하고 남은 월급 안에서 생활하는 거다. 안 그러면 빚은 절대 줄지 않는다. 꼬박 1년이 걸려 5백 만 원의 카드빚을 해결할 수 있었다. 고정적인 월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적은 월급이라도 어떻게 운용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월급은 월급쟁이에게 생명줄과 같다. 반대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월급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누구나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지금 받는 월급보다 많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장은 월급도 아끼려고 직원의 능력을 쥐어짠다. 직원들은 쥐어짜는 만큼 더 받길 바라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러 직장을 다녀봤지만 원하는 만큼 받아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주는 쪽은 언제나 적게 주려고 하고 받는 쪽은 조금이라도 더 받길 바라는 게 월급이다. 간혹 회사가 힘들어져 월급이 안 나올 땐 미련 없이 나와야 한다. 월급 앞에선 의리는 의미 없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월급 못 주는 사장들은 똑같은 래퍼토리로 회유한다.

“곧 좋은 소식 있을 거니 이 달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

그 말에 속아 1년을 기다린 적도 있지만 결국 좋은 소식 대신 싸움만 남았다. 그때 깨달았다. 너무 늦게 깨달은 걸 수도 있다. 월급 밀리는 회사는 미련 없이 나와야 한다는 거다. 자신을 위해 그래야 한다. 냉정한 말일 수 있지만 직원 월급 밀리는 사업주는 스스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에 직원 월급을 담보로 보다 더 명확하고 확신에 찬 비전을 갖고 이겨낼 수 있는 지 냉정하게 답해봐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단지 사업을 연명하기 위한 거라면 이는 직원 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추석을 앞둔 이번 월급엔 약간의 상여금도 따라왔다. 둘째가 그제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다. 금요일에 월급에 상여도 받았으니 저녁은 무조건 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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